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현주 Oct 31. 2023

아이의 숲

3

  형사가 수림을 찾아와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어디 나무인지 알겠냐면서. 수림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 나무는 근처 암자에 서 있는 천년이 된 쌍향수였다. 두 그루의 나무가 쌍으로 자라면서 줄기가 몹시도 꼬여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가 이 나무 주변에서 자주 찾아와서 놀았대. 쌍향수 근처에다 돌도 쌓았다고 하고.”

  수림은 얼마 전에 식물 전문가와 함께 쌍향수를 찾은 적이 있었다. 식물 초능력자로 불리면서 전문가와 작업을 하게 될 기회가 많이 생겼다. 쌍향수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줄기가 조금씩 말라가고 가을이 아닌데도 잎사귀가 노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암자에서 지내는 스님의 요청으로 쌍향수를 검사해 보니 금속의 독성에 의한 영양 부족이 문제였다. 전문가는 나무에 영양제를 주사로 놓으며 상태를 관찰했다.

  수림은 줄기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눈을 감고 집중을 하면 나무에서 쿵쿵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이게 나무에서 울려오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인지 알기가 힘들었다. 주변에서 식물 초능력자라고 추켜세워줬지만, 수림은 식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가끔은 진짜 뭔가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돌아서면 자신의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식물과 가까이 지내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지만 이게 다 무슨 짓인가 싶을 때가 많았다.

  수림은 암자 스님에게서 어떤 아이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쌍향수에는 나무 기둥에 동전을 떨어지지 않고 붙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선지 나무 기둥에는 동전들이 다닥다닥 무수히 달라붙어 있었다. 많은 사람이 간절한 소원을 담아 붙이고 있는 거지만, 그중에서는 접착제나 테이프 같은 걸로 장난을 치는 사람들도 있어서 쌍향수가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나무를 정리했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행위로 나무는 점점 병들어 가게 되었다.

  아이는 매일 찾아와서 쌍향수 주위를 맴돌았다. 주변에 인가가 별로 없는 산중이라 스님으로서는 어디에 사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지나가는 척 무심하게 몇 번 물어봤지만, 아이는 웬일인지 자기를 멀뚱하게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대답을 기다리는 스님이 민망해져서 헛기침하며 돌아섰다는 것이다. 아이는 이상하게 나무 주위에 돌만을 쌓았다. 거기다 아이의 손이 닿는 범위 내에 붙어있는 동전들을 떼어내 버리곤 했다.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혼을 내도 소용이 없었다.

  이 쌍향수가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소문 때문에 동전 하나를 붙이려고 멀리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나무였다. 그래서 스님은 소원을 빌고 싶다면 왜 동전을 붙이지 않고 돌을 쌓고 있는 거냐고, 다른 사람이 힘들게 붙여놓은 동전을 왜 떼어내 버리는 건지 아이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대답이 없을까 싶었지만 아이는 나무가 아파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아이는 멀리 달아나고 말았다.

  그런데 전문가가 와서 하는 말을 듣고서야 스님은 아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림은 스님의 말을 들으며 아이가 어떻게 나무의 상태를 알았는지 궁금했다. 그때는 나무의 병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전 08화 아이의 숲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