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323 -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자
"지하철 타면, 한 번만 관찰해 봐요. 지하철에서, 알콩달콩 대화하는 연인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대화하는 줄 알아요? 서로 깔깔거리며 웃으면서 대화는 해. 그런데 젊은 남녀 둘 다 스마트폰을 각자 들여다보면서 말을 하는 거야. 좀 이상하지 않아요?"
어제 글쓰기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다. 들어도 금방 까먹는 사람이라, 선생님말을 100% 옮긴 건 아니다. 맥락은 이거다. 연인이 지하철에서 대화를 주고받긴 하는데,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대화를 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뜨끔했다. 수업 다 듣고, 자려고 침대에 가서 엎드렸다. 3시간 동안 앉아있었더니 다리에 부종도 생긴 듯하다. 남편도 허리가 아팠는지 안방 침대에 와서 누웠다. 아이패드를 두 손으로 집어 누워서 본다. 나는 엎드려서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고 있었다. 남편은 아이패드로 음악하나 틀어도 되냐고 묻는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좋지라고 말을 건넸다. "재즈야? 좋은데?" 하고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를 업로드했다. 최근 남편에게 '나카시마 사토시' 저자에 관한 이야기를 몇 번이나 꺼냈던 책이었다. 발행 후 다시 수정 버튼을 누른다. 추천 음악 중에 제목을 주르륵 내려보다가 음악을 하나 골랐다. 남편이 갑자기 그 음악이 뭐냐고 한다. 나야 모르지. 잠시만 하고 인스타그램을 다시 클릭해 보니 임주현의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다. 남편이 틀어 준 음악은 어느새 끝나 있었는데, 나는 몰랐다. 남편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는 피드에 나오는 반복적인 음악 소리에 "오늘 노래는 반복해도 괜찮네. 나한테 제목 좀 텔레그램으로 보내줘."라고 한다. 남편이 그런 말을 한 건 처음이었다. "오, 내가 자기한테 음악을 추천할 때가 있네."
남편은 음악에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소리에도 민감하다. 식당이나 헬스장에서도 나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남편은 가끔 한 마디씩 했다. 그럴 때도 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남편에게 예민한 귀를 가졌다고, 그 끼를 살려보라고 하기도 했다. 아무튼 나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너무 맛있다." "고마워, 뜨거워서 이상할 줄 알았는데, 맛있네!" "맛있었어. 고마워." 등 잠들기 전에 다섯 번에서 여섯 번이나 남편에게 들었다. 수업시간 쉬는 동안 남편에게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만들어 줬는데, 예상보다 맛있었나 보다. 반복해서 말하는 걸 싫어하는 남편이 이 정도로 말을 해주는 건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스마트폰 대신 남편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진짜 맛있었나 보다, 자기가 다섯 번 이상 맛있다고 하는 건 진짜 맛있었나 봐. 나 쿠팡에서 잠봉뵈르 햄 2개 더 주문했다!" 내가 심하게 맛있다고 했나 보네 하면서, 남편이 진짜 맛있었다고 또 그런다. "맛있다고 해주니 고마워. 자주 해줄게"라고 했다.
수업시간에 들은 연인 이야기가 생각나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남편 얼굴을 보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려고 했더니, '하지 마, 안 듣고 싶어!'라는 눈치다. 그럼에도 계속 이어갔다. 지하철 남녀 대화사건. 우리 대화할 때 늘 그렇게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니 아무 말 없이 듣는다. 방금 폰 내려놓고 남편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미소 지으며 남편도 나를 바라보고 찡긋한다. 몇 마디 주고받은 대화였지만, 스마트폰 보고 말하는 것과 남편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주로 내가 먼저 잠이 들어서 대화를 자주 못한다. 대화하려고 하면, 밥 먹느라, 운전하느라 대화할 시간이 별로 없다. 커피숍에 가서도 할 일이 많다보니 각자 폰만 들여다 볼 때가 많았다. 오늘 이 순간에 느낀 행복은 뭐가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10초 동안 남편 얼굴 바라보고 이야기한 것. 7분 만에 샌드위치 만들어 주면 되는 거였는데. 난 24시간 중에 그 7분을 아까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새삼 행복한 순간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란 걸 배운 날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글쓰기만 배운 게 아니었다. 스마트폰 대신 얘기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말해보자. 슬랙스 하는 순간이 올 테니까. 마음껏 10초 바라보자고 무의식에 심어본다.
https://blog.naver.com/ywritingcoach/223787529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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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898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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