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쓴 교육학 -삶과 교육을 위한 단상 이홍우 글 교육과학사
호모 파베르 (Homo faber),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동물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장비(날카로운 발톱, 이빨, 두꺼운 피부와 털 등) 를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것에 비해 인간은 연약한 존재로 태어나서 도구를 사용하여 다른 생명체를 정복했다. 저자는 인간의 발명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은 '분리형 도구'라고 말하고 있다. 가장 원시적이고 대표적인 것이 '문자'이다. 당장 생존에 필요한 것 이외의 지식은 분리형 도구인 문자로 기록해 둠으로써 비분리형 도구인 두뇌에 휴식을 주고 문명을 후세에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나타난 인쇄술은 문자의 전달 범위와 속도를 엄청나게 증대시켰다. 현대의 컴퓨터는 저장, 정보찾기, 정보처리, 창작에 이르기까지 완벽에 가까운 두뇌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어서 두뇌를 완전히 쉬게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컴퓨터의 편의에만 마음이 팔려 언제나 머리를 빈 상태로 두려고 한다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분리형 도구의 잇점이 인간을 다른 동물 수준으로 전락시키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어제 샘에스마일 감독, 줄리아 로버츠, 이선 호크 주연의 영화 Live the world behind를 보았다. 원인 모를 사이버 테러 공격으로 인해 통신망, 전력이 무력화되자 일대 혼란이 일어나고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라져 간다. 주인공인 아버지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내로 차를 모는데 네이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아 도로를 헤매다가 절박해 보이는 이주민 여성을 만나지만 어쩔 수 없이 외면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가족들을 차에 태워 무작정 나서는데 도로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자율주행 차들로 꽉 막혀 버린다. 사고가 난 차뒤로 계속해서 달려와 추돌하는 자율주행 차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내 차는 연식이 10년이상 되어 더 이상 네비게이션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이 참에 지도를 다시 펼쳐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