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 선택하기

서른아홉이 되어서야.. 하지만 그래서 기쁜

매장운영을 시작하면서 단 하루도 오롯이 나의 휴식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처음 시작하는 장르의 일이 힘들어서 였는지 일을 하면서 많이 아팠다. 어린시절 아주 오랫동안 심하게 않았던 축농증이 만성비염이 되었지만 아픈거라고 인지도 못 할 정도로 일상이 되었는데, 속옷가게를 하면서 수많은 먼지와 지친 체력탓인지 축농증과 심한 기침이 갑자기 찾아와 오래 앓았고, 자가면역문제인지(15년전 쇼그렌증후군진단 받았었으나 현재는 모를) 알러지수치도 높은 몸이라 그런지 평소에도 어느정도 일상에 녹아있던 것들이 일을 시작한지 한달쯤부터 예측하지 못 한 때에 갑자기 시시때때로 가려움이나 두드러기가 매우 심하게 올라왔다.


속옷도 의류인지라 가득한 섬유먼지와 전개되어있는 속옷에 지속적으로 쌓이는 외부 먼지들까지 더해 순환되지않는 공간 특성상 먼지통에 살게 된 나에겐 꽤 적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부터 2개월간 몸이 가지가지 나를 괴롭혀 힘들었지만 꾸역꾸역 출근은 기가막히게 했다. 정말 너무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날에도, 열이 많이나도, 매장에서 갑자기 수회나 토를 하면서도, 매장 계약을 하고 내게 책임을 지운 순간부터 나는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그러고보면 나는 참 성실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고 느리고 뒤쳐진 사람이란 생각이 꽤 있던터라 반가운 생각이었다.

'나 꽤 괜찮은 사람이야. 나 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야.'

그런 생각이 들고 지난 10년간 엄마로서의 삶을 돌아보니 나 참 열심히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토닥거리게도 됐다.

실제로 아픈만큼 성장한다는거야 뭐야? 피식 .

사실 뭐 아파서만은 아니었고, 아침11시부터 밤10시11시12시..초반에는 새벽까지 매장을 정리하며 부지런( 아니 바지런떤다는 말이 오히려 착붙는 표현이다) 바지런 떨며 집안일을 하며..

나의 의지와 책임감,성실함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친정엄마에게 부탁해 집안일을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 내가 다 하고 있다)



아무튼~ 이래저래 열심히 살고 있지만, 몸이 아프니 당연히 기분이 영 좋지 않을 수 밖에.


몸은 안 좋지~ 그치만 매장이라 기분관리를 해야 손님을 기분좋게 응대해야지~해서 나를 위해 아침에 매장청소를 하며 나만을 위해 힘나게 해주는 좋아하는 노래들을 크게 틀어 기분을 환기시켰다.

뻔한 방법이다.

뻔하지만 얼마간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스스로 허락하지 않았던 때를 돌이켜보면 내게는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기분은 몸상태에 의해서도 좌지우지되지만, 그날 내가 만나는 고객, 즉 사람들에 의해서도 바뀌기도 하고, 제일 큰 맹점인 매출에 의해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여전히 그 오락가락한 기분을 아주 잠재우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정말 초반 몇달간 기대수준도 정말 전혀 높지 않았는데, 고정지출과 대출을 메꾸기도 빠듯한 매출이 반복되자 기분은 엉망이 되었었다.

우울 그 자체...

이 일을 왜 시작했는지, 소개해준 남편의 지인과 이걸 듣고 내게 이 일을 던져준 남편이 원망스러웠는데,

언제나 그랬듯 모든 잘못을 나에게 지우는 버릇이 도져 바보같이 섣부른 선택으로 시작한 나를 또 책망했다.

후회했고, 계산할 수록 수지타산은 생각도 못할 것 같은 암울한 금전적 수치에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빠져나와야했다.

나는 매일 눈물로 스스로 정신차리자라는 말을 육성으로 되뇌이며 '또 다른 길에 놓여 나는 새로운 길을 나선 것 뿐이야. 이 길이 비포장도로일지라도 언젠가 포장된 고속도로가 나올지도 모를일이야. 속단하지말자. 나는 이미 시작했어. 자책할 시간에 긍정회로를 돌릴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 라고 마음에 외쳤다.


긍정회로를 자극할 만한 영상을 찾아보고, 간간히 필사를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는 그동안 혼자 있지 못한 집에서 벗어난 나를 채우고자 했다.

남의 눈에 띄이는 자기계발이 아니면 어떠한가, 나 스스로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거라면 어떤 것이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안하던 괄사를 가지고 내 아픈 몸과 두피를 마사지 하는 시간, 보고 싶던 좋아하던 드라마나 영화를 다시 보는 시간, 안하던 스트레칭 하는 시간, 말해보카 어플로 외국어 공부하는 짧은 시간, 책이 잘 읽히지 않지만 한줄 두줄 읽어보는 시간



조금씩 매일 한가지이상을 하다보니 꽤 괜찮아졌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연한 마음을 갖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하지만 짧은 순간의 기분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순간의 기분이 조절되다보니 하루의 기분도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갔다.


그리고 어떤 영상을 보다 기억에 남는 말들을 계산대에 내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자필로 적어 붙여두고 매일 본다.


한가지는

ㅡ기대와 설렘으로 살아라! 오늘은 또 무슨,어떤 일과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설레여하는 삶을 살자.

또 다른 한가지는 부처의 말인데

ㅡ어떤 폭풍은 인생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길을 닦아주기 위해서 온다.

라는 말이다.


물론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든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는걸 안다. 어떤식으로든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은 일어나고, 그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으며..


죽을 정도로 힘든 일을 겪는 것은 아니다. 그냥..뭐랄까 돈으로 야기된 많은 문제를 겪으며 그런 가정에서 자란 예민한 나는 돈에 대한 걱정이 아주 많아 마음이 괴로운 것뿐이다.


세상 많은 것이 괴로움이었다.


아직 완전히 걷히지는 않았으나 스스로 조금씩 괴로움을 한스푼씩 걷어내며 내 기분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서른아홉에서야 알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서른 아홉에 알게 되서 기쁘다.


그동안 탐색해 오던 나에 대한 질문에 한가지는 해소됐으니까.


마음이 예민한 서른아홉에게.

나는 죽기 직전까지 예민하겠지만 예민함이 때로는 기민함이 될 수 있다는 회로가 생기니 한결가볍다.


나를 바라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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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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