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아니면 되지

by 이유

회사 엘리베이터 안, 밑에 층에서 두 명이 탔다. 그 중 한 명이 거친 기침을 뱉어냈다.

"콜록, 콜록." 좁은 공기를 가르는 기침 소리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마스크 매무새를 고쳐 썼다.

내 마스크 고치는 행동이 노골적이었던 걸까. 기침하던 이는 목이 멘 소리로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 후두염이래. 감기아니고."

옆에 서 있던 동료가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후두여엄?"

그 소리를 들으며 또 콜록 콜록 크게 기침을 했다. 기침 소리가 얼마나 격렬했는지, 대답하는 그의 눈시울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응, 후두염이라네."

그러자 동료가 기다렸다는 듯 핀잔을 줬다.

"아니, 후두염인 사람이 지금 담배를 피우러 간다고? 건강하게 살아야지 임마!"

무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것인지. 그는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받았다.

"오래 살면 뭐 하냐. 후두암은 아니라잖아. 그래서 피우는 거야, 암만 아니면 됐지."

'띵-'

도착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1층이었다.

"아이고, 그래도 조심해야지!"

두 사람은 투닥거리며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바깥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모르는 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오지랖일지도 모르겠지만, 염증 위로 니코틴을 들이부으러 가는 그의 발걸음이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염증이 쌓여 병이 되고, 그 병이 결국 삶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내가 그에게 느낀 안타까움은 사실 과거의 나를 향한 것이었다.

위염과 위궤양을 달고 살면서도 빈속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붓고, 저녁이면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새빨간 마라탕을 찾아 헤맸던 시절의 나. 속이 쓰려 오면 '암은 아니니까 괜찮아'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오만한 나날들.

누군가 나에게도 저런 든든한 동료처럼 잔소리를 해줬다면 어땠을까.

"야! 위염이라며! 위염 있는 애가 마라탕이 넘어가냐? 당장 내려놔!"

등짝이라도 한 대 호되게 때려주며 식습관을 뜯어말려 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지금의 후회는 조금 덜했을지도 모른다. 무지함 속에 방치했던 나의 몸에게 이제야 미안한 마음이 차오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는 담배 연기 대신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보았다. 오늘 점심은 부디 내 몸에게 덜 미안한 메뉴였으면 좋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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