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오랜만이야!" 정말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나는 도착해서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습관대로 화면이 아래로 오게, 후면이 위로 오게.
"어? 핸드폰 왜 그래?"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말했다.
"응?" 나는 내 핸드폰을 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것 같은 핸드폰 후면 유리가 완전히 금이 가고 박살 나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상하다. 나는 최근에 핸드폰을 세게 떨어뜨린 적이 없는데 말이다. 이게 언제부터 깨져 있었는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아! 생각해보니 어제 내가 침대 매트리스 위에 핸드폰을 살짝 던졌다. 그런데 내가 조준을 잘못한 건지 아니면 매트리스 스프링 때문인지 매트리스에 안착되지 않았다. 통통 하고 핸드폰이 점프를 하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충격을 받은 것일까?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박살이 나 있는데 말이다. 참 이상하다.
핸드폰을 유심히 살펴봤다. 와장창 깨져있다. 유리 파편이 흘러나오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불과 두 달 전에도 똑같이 후면 유리가 깨져서 거금 18만 원을 주고 유리를 갈았디. 그때는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져서 발이 베일 정도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빠르게 갈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진 않은 것 같다. 아니, 안 그랬으면 좋겠다.
우선 투명 핸드폰 케이스에 잘 감싸져 있는 핸드폰을 보며 '이 정도는 써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도 작동 해 봤다. 정상적으로 잘 된다. 핸드폰을 사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나 오류가 없었다. 평상시랑 동일하다.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냥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핸드폰 유리가 금이 가고 깨지고 부서진 것을 나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주변인들이 나의 핸드폰이 부서진 걸 먼저 알아차려 줬다.
내가 암을 진단받을 때와 비슷했다. 나는 내 몸이 부서지고 있는지 몰랐다. 그냥 한국인이면 다 가지고 있는 위염이겠거니, 약을 좀 먹으면 낫겠거니 생각했다. 대수롭지 않게 말이다.
그런데 또 위염 약을 타러 간 병원에서는 내가 너무 자주 아프니 아무래도 위내시경이랑 종합검진을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주변 동료들도 내가 안색이 많이 안 좋으니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다.
나는 나를 보는 눈이 없었던 것일까? 그냥 이 부서진 핸드폰처럼 말이다. 안은 다 부서져 있지만 그걸 감싸고 있는 핸드폰 케이스때문에.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닌데 그 보호막이 가려주고 있었다. 동시에 그 보호막이 투명해서 안이 부숴진 것이 너무나 잘 보였다. 겉모습이 투명해서 부서진 것을 나만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삐죽삐죽 금이 간 핸드폰. 선명하게 여러 가지 모양으로 부서져 있는 핸드폰. 그런데 어찌저찌 잘 버티고 있었다. 겉에 케이스를 씌워놔서 와장창 깨지지는 않았을 뿐 안은 다 고장나 있다.
그때 나의 모습은 어땠을까? 이 언제 부서진지도 몰랐을, 안의 상처를 남이 알아주길 바라면서 투명 케이스로 가려 보려 했던 나의 모습과 비슷했을까? 부서진 핸드폰 뒷면처럼 말이다.
나는 나를 보지 못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