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을 가장한 야망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만일 너희 믿음의 제물과 섬김 외에 내가 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 나는 기뻐하고 너희 무리와 함께 기뻐하리니 이와 같이 너희도 기뻐하고 나와 함께 기뻐하라
(빌립보서 2장 17-18절)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사건이 있던 날, 나는 한 살 된 딸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지방도시에 있는 시댁에 며칠 머물고 있었다. 너무나 엄청난 일에 충격을 받은 밤을 보내고 그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시아버지께서 가족 예배를 드리자고 했다. 그날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야고보서 1장 15절) 말씀을 가지고 시아버지께서 설교를 하셨다. 목사님은 아니지만 교회의 장로였기에 아버님은 성경을 많이 연구하신 분이다. 그날 들은 성경 말씀은 4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담고 있는 귀한 말씀이다.
사망과 실패의 원인은 죄이다. 죄의 뿌리는 욕심이다. 욕심의 목적은 야망이다.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사로 잡혀 소명을 가장한다. 바울은 소명에 생명을 건 사람이다. 오늘 말씀에서 바울은 자기 소명을 위해 자신을 전제로 드릴지라도 기뻐한다고 하였다. 이익이나 자랑이나 어떤 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자 하는 뜻을 위하여 바울은 소명을 가진 것이다.
정치가는 나라 사랑과 백성 사랑에 생명을 걸어야 한다. 목사는 목회에 생명을 걸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야망을 소명이라고 가장한다. 자기 욕심을 위해 정치를 하고, 목회를 하고, 그러면서 소명이라고 가장한다.
작가 역시 글쓰기에 생명을 걸어야 진정한 작가가 되겠구나 하고 요즘 한강 작가를 보면서 느낀다. 무슨 상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강 작가는 글쓰기를 소명으로 알고 글쓰기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손자가 있다. 아주 개구쟁이다. 그런데 이번에 반에서 회장이 되었다. "엄마, 자리가 사람을 만드나 봐요." 딸은 손자의 변화에 놀라워하며 말한다. 회장이 된 후 아이가 아주 의젓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은 학교 반장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역량도 되지 못하면서 자리를 탐낸다. 소명을 가장하면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가?' 하고 많이 생각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