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에든지 대적하는 자들 때문에 드려워하지 아니하는 이 일을 듣고자 함이라 이것이 그들에게는 멸망의 증거요 너희에게는 구원의 증거니 이는 하나님께로부터 난 것이라
(빌립보서 1장 28절)
바울 사도는 빌립보 교인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말씀한다. 이 세상은 마치 골리앗 같고 우리는 어린 다윗 같을지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믿음으로 이기라는 것이다. 이 세상은 고난이 많고, 이 고난을 이길 힘이 나에게는 없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있으니 정면 돌파해서 싸우며 이기라는 것이다.
2024년은 참 여러 가지 일이 많았던 해이다. 1월부터 그랬는데 벌써 12월이다. 처음 1-2월은 좋은 일만 있었다. 글쓰기를 시작해서 20년 되는 해인데 무척 권위 있는 문학상도 받게 되어 1월에 시상식도 있었고, 선집 출판도 되었다. 뒤이어 아르코에서 발간창작지원금 선정도 되어 큰 상금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 사는 일이 좋은 일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은 것이 인생인 것 같다. 3월에 갑작스러운 남편의 암진단이 있었고 병원에 입원하여 바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의료대란이 시작되어 병원은 비상이었다. 전공의가 다 사라지고 교수이신 의사가 전공의 하는 일을 다 하다 보니 그렇게 암수술을 하고서도 의사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다행히 초기에 발견되어 전이는 안되었다. 수술이 잘 되어 항암치료도, 방사선 치료도 받지 않고 추적 검사만 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암환자를 위한 식단을 만드는 것이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오늘까지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남편 형제는 6남매이다. 10여 년 전부터 우리 형제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같이 기도회를 하고 식사를 하는 모임을 가졌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가족은 참석을 못했지만 항상 10명이 토요일 오후에 만났다. 각 가정의 기도 제목을 나누고 그것을 위해 기도 하고, 저녁을 같이 먹으며 교제를 나누었다. 코로나 사태가 생겨 그 모임이 중단되었는데 곧바로 줌이 있어 영상으로 다시 이어졌다. 줌은 지방에 있는 형제도 같이 참여할 수 있어 더 좋은 점도 있었다. 지금도 기도회는 계속된다.
약 한 달 전에 합심 기도 제목이 올라왔다. 조카의 암진단 소식이었다. 아직 유치원생 엄마인데, 너무나 젊은 나이인데 전이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세브란스에서 로봇 수술을 12월에 받게 되었다. 합심기도는 우리 시댁의 전통이다.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시어머니는 가족들에게 다 함께 기도를 부탁하셨다. 살고 있는 각 처에서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다 함께 기도를 하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우리는 기도의 힘을 믿고 다 함께 기도드리고 있다. 조카가 두려움을 이기는 믿음을 가지고 이 고난을 잘 이겨나가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고난이 없을 수 없다. 고난을 받을지라도 하나님은 세상이 줄 수 없는,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평안을 주신다.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면 받는 이 평안을 고난 중에 있는 모든 이가 다 함께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