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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정 May 10. 2024

신데렐라의 자매

       

  ‘시기심은 내가 가질 수가 없으면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느끼는 감정이며, 다른 사람의 행운으로 인해 느끼는 아픔이다.’


  니체의 말이다. 시기심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 성공, 명성 등 가치 있는 것을 누리는 사람에 대해 불쾌감과 악의를 느끼는 것이며 그 심리적 배경에는 상대방이 가진 것이 내게 결핍되어 있다는 감정이라고 한다.


  신데렐라의 자매들은 끊임없이 신데렐라를 시기했다.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나 유리구두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뿐 아니라, 잿더미 속에서 누더기 옷을 입고 부엌일과 집안청소, 바느질을 하느라 고통 속에 살 때도 그 자매들은 신데렐라를 시기했다.   

   

  시기심이 생겨 괴로운 그녀는 요즈음 시기심의 화신인 신데렐라의 자매들이 자꾸 머리에 떠올랐다.


  얼마 전 그녀는 가까운 친척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속의 목소리는 무척 상기되어 있었다. 승진을 했다는 것이다. 좀처럼 되기 어려운 자리였다. 무척 기뻤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하였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그녀는 식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다 밤늦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순수하게 축하하며 기뻐했던 감정은 가라앉고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그녀를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연봉은 얼마나 될까?’

  ‘그런 자리에 앉았으니 부인은 당연히 귀부인이 되는 것인가?’

  ‘그 귀부인보다 내가 좋은 학교를 다녔고 공부도 잘했는데….’

  ‘얼굴도 내가 더 예쁘잖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유치한 생각들이 그녀의 머리에 끊임없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차츰 그녀의 명치끝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이 그녀 주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가까운 혈육의 행복에 이런 마음이 되리라고는 그녀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시기심이라는 것은 먼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일어나기 쉽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정신분석에서 시기심은 일차적으로 엄마의 수유습관과 양육태도에 의해 형성된다고 한다. 아기 때 엄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은 사람은 결핍감이 적어서 시기심도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아들 많은 집에서 그녀는 외동딸로 자란 탓에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말은 종종 들었으나 부모님과 형제들의 흡족한 사랑 속에서 자란 덕분에 시기심은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사촌이 논을 사니 그렇게 배가 아픈 것이었다.


  시기심은 이성을 잃게 한다. 카인은 시기심으로 아벨을 죽이고, 요셉의 형제들은 시기심으로 요셉을 애굽 땅에 노예로 파는 끔찍스러운 일을 저질렀다. 신데렐라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은 신데렐라 자매들이 유리 구두에 자신의 발을 맞추기 위하여 발가락과 발꿈치를 잘라내는 모습이다.   

   

  그녀의 발꿈치가 성하려면 빨리 이성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화살의 방향이 엉뚱한 데로 향하는 게 아닌가. 그녀는 남편이 이 모든 괴로움의 주범인 것 같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직하고 곧은 성품은 지독하게 융통성이 없는 것, 성실하나 욕심이 없는 것은 비전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으로 보이고 반듯반듯하게 쓰는 글씨까지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당신은 글씨를 왜 이렇게 답답하고 고지식하게 쓰는 거예요?”


  가시가 돋친 말에 30년 가까이 같이 산 그녀의 남편이 눈치를 못 챌 리 없다. 예전에 좀 더 젊었을 때 남편이 미우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출근하는데도 내다보지 않던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데도 금방 눈치를 챘다. 그쯤하고 그만하라고 하였다.


  사실 그녀도 빨리 이성을 되찾고 싶었다. 명치끝이 아프기 시작할 때부터 이 증상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자는 그녀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삼사십 대에는 몇 주 걸리던 것이 이제는 며칠 만에 바른 정신을 되찾았다. 그래서 나이 든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며칠 후 그녀는 친척에게 전화를 했다. 저녁에 축배라도 같이 들자고.


  그날 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저녁밥은 맛있었다. 그녀의 배앓이는 끝난 것일까?  


   

   - 수필선집 《얼굴을 마주 보고》(2024.1 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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