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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Apr 08. 2024

아기 여우를 주웠다

아침 산책길, 우리 집 바로 옆에 있는 초등학교 옆을 지나가는데 조그마한 아기 동물이 보였다. 뾰족한 코에 수염 때문에 새끼 고양이인줄 알았지만 바로 여우였다. 


영국 런던에선 약 1만 마리 가량의 여우가 살고 있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여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특히 우리 집 옆 초등학교 공터엔 밤만 되면 5-6마리의 여우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밤마다 아기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 잠을 설치기도 하고, 집에서 애완동물로 키우던 토끼가 여우의 공격에 갈가리 찢기는 모습도 본 적이 있어 여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손바닥만한 회색 솜털둥이가 길을 잃었는지 한 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기 여우는 나와 강아지를 보더니 뒤뚱뒤뚱 거리며 철장 아래 빈틈 사이로 빠져나와 내 발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엄마가 찾아갈 수 있도록 몇 번이나 아기 여우를 철장 안으로 들이밀어 주었지만 또 몇 번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다가 기어이 내게로 다시 돌아왔다. 부상을 당했는지 오른쪽 뒷다리를 절룩거렸고 귀 한쪽에선 노란 고름이 흐르고 있었다. 


자꾸 내 옆에 붙어 있으려는 아기 여우를 그 자리에 두려니 자꾸 마음이 쓰였다. 심하게 다친 것 같진 않았지만 금방 지나가는 차에 깔려버릴 것 같아 일단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기 여우가 집에 오자 우리 집 강아지는 신기한지 킁킁 냄새를 맡으며 괜히 자기가 낑낑댔다. 집에 오자마자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을 청하는 아기 여우를 가만 두지 못하고 앞발로 툭툭 치기도 하고, 아기가 절뚝거린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지, 제대로 걸으라는 듯 아픈 다리 쪽을 코로 건드렸다. 


동물병원에 데려다주려고 아기 여우를 천에 감싸 들어 올리니 눈을 감고 바로 잠이 들었다. 얼른 금방 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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