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루 마을 방문은 올해로 두 번째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의 생활은 단조롭지만 절대 무료하지 않은 평안한 곳이다.
특별히 놀러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는 이곳에 거의 2주 가까이 있다 보면 자연스레 하루에 루틴이 잡힌다.
아침엔 밖에 밥 달라고 야옹거리는 고양이들 소리에 잠을 깬다. 잠은 깼지만 침대에서 좀 더 뒹굴거리다 슬슬 일어나 씻고 커피를 끓어준다. 영국에선 직접 원두를 갈아 푸어 오버 커피를 내리지만 여기선 네스카페 인스턴트커피가 전부다. 아침엔 아직 쌀쌀하기 때문에 재킷을 걸치고 마당에 앉아 여유로운 아침을 즐긴다.
오전엔 업무를 본다. 브런치 글쓰기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만 해준다. 그러고 나면 식사 시간이다.
아점은 간단하게 먹는다. 마당에서 키우는 닭이 낳은 계란으로 만든 프라이나 햄치즈 샌드위치, 또는 시리얼이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는 해가 제일 강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질 못한다. 낮잠을 자거나 짝꿍과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을 하곤 한다. 책을 보거나 십자수를 할 때도 있다.
간식으론 키프로스 식 타히니빵을 우유나 커피와 함께 꼭 먹어준다. 타히니를 중간중간 넣고 구운 달콤한 타 히노피타는 키프로스 음식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 짝꿍 어머니께서 영국 오실 때마다 매번 챙겨주신다.
무화과 또한 매일 먹는 간식 중 하나다. 영국엔 무화과가 정말 비싸기 때문에 여기 있을 때 많이 먹어두어야 한다. 그릭 요거트에 무화과를 송송 썰고, 짝꿍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살구잼이나 무화과 잼을 곁들이면 정말 맛있다.
5시쯤 되면 조금 선선해진다. 동네 산책할 시간이다. 계곡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동네만 한 바퀴 돌며 이젠 폐허가 돼 버린 빈집들을 기웃기웃거려본다. 산책의 종착점은 항상 니짜가 운영하는 커피숍이다.
집에 돌아와 우린 다시 보드게임을 한다. 게임광인 짝꿍 덕분에 항상 새로운 게임이 넘쳐난다.
저녁은 항상 지중해식 음식인데, 매운맛을 더 좋아하는 난 꼭 핫소스를 뿌려 먹는다.
식사가 끝나면 영화 타임이다. 여긴 와이파이가 없으므로 미리 다운로드하여온 파일을 열어 본다. 작년엔 드래건 프린스를 완독 했고 이번엔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20여 개를 다운로드하여 보고 있다.
매일 같은 일상인데 시간은 물그릇 정말 빨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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