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전 갑자기 회사를 나오게 되면서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얼마 전 작년에 퇴사했던 회사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 프리랜서 자격으로 돌아가 잠시 일을 하게 됐다. 7년을 몸담았던 익숙한 회사 빌딩에 하필 앉게 된 자리도 예전 내 자리에서 멀지 않은 데스크. 오랫동안 반갑게 인사해 왔던 경비아저씨와 다시 잡담을 나누고, 익숙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 자리로 가서 익숙한 일을 처리했다. 회사 동료들도 다시 만나니 반갑고, 일을 발 빠르게 처리해 주니 다들 좋아한다. 모든 게 익숙하니 퇴사할 땐 진절머리 났던 회사가 포근한 집처럼 느껴졌다.
일도 편하고 돈도 버니 너무 좋은 것 아닌가.
아니, 너무 좋지 않았다.
난 더 이상 익숙하고 싶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어버 거리고 일이 서툴더라도, 난 새로운 일을 해봐야 신이 나는 사람이다.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배워가며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고 있자면 내 두뇌는 신이 나 아주 쌩쌩 돌아간다. 일이 일로 느껴지지 않고 재밌는 게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했다. 더 이상 같은 분야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 내가 이래서 퇴사했었지.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이 시간에 난 가끔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정신이 혼미해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내 경력과 조금이라도 맞는 공고를 찾아 CV를 무더기로 보내곤 한다. 아무 곳이나 채용되는데 들어가겠다란 마음으로.
잠시 이전 회사로 돌아가 일을 하게 되면서, 이제 무작위로 CV는 보내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여태 해왔던 일 계통직에 지원을 한다면 채용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지겠지만 그럼 난 금방 다시 전 회사에서 느꼈던 무료함을 느낄게 뻔하다. 그러고 난 다시 정기적인 수입과 퇴사란 선택을 가지고 갈팡질팡 하겠지. 그럼 여태 퇴사하고 보낸 시간들이 도루묵 되는 게 아닌가.
이왕 퇴사한 거, 불안함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진정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찾을 때까지 버텨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