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가 이게 맞나 싶고, 그럼 뭘 해야 좀 나아질지 답을 찾으려 방황할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자꾸 흔들릴까' 자책을 했었다. 그럴 때 위안이 된 말이 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괴테의 말이었다. 방황한다는 것이 약해서가 아니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라고 지친 나에게 그가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방황을 하고 있을 때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내가 안주하지 않고 어떻게든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책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저
함께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 공동체에 한 작가님이 올려주신 글이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말이 유독 와닿았다. '나는 왜 이렇게 조급해할까', '나는 왜 이렇게 날 다그칠까'라는 고민도 그만큼 더 나아지려는 노력에서 나온 마음이란 걸 깨닫는다. 물론 정도껏 해야겠지만.
회사를 다니고 있던 다니지 않고 있든 누구든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하겠지만, 그 고민의 절박성은 무직일 때 더 깊어진다. 내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은행잔고가 받는 타격도 깊어지기 때문이다. 빨리 다시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으면 하면서도 아무 회사나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 게 퇴사자의 마음일 것이다. 불안감을 감수하고 결정한 퇴사이기에 이 시간을 감히 헛되게 보낼 수 없는 이유다.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크게 와닿은 장면이 하나 있다. 에드워드 리 셰프가 준비한 음식을 카트에 담아 심사위원에게 가져가면서 "가끔은 잠깐만 돌아가서 뭔가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번 걷기 시작하면 끝까지 걸어야 한다"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어쩌자고 그런 결정을 했을까'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하지만 난 사실 잘 알고 있다. 일 년에 두 번이나 되는 퇴사를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게 안정보다 중요한 건 도전이자 새로운 시작이란 것을. 불안감과 조바심에 흔들리는 오늘날도, 그런 나의 노력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을.
그렇게 오늘도 난, 불안함과 앞날에 대한 설렘 사이을 줄다리기 하듯 왔다 갔다 하며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