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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Nov 24. 2023

<계속 태어날 당신에게>를 읽고

내가 지은 자작시와 인상 깊었던 점 두 가지


느끼고 깨닫고 사랑하라



                                             글쓰는 스칼렛 (박신영)



당신의 글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세한 온기를 다 빼앗아 갈 듯,

안으로 안으로 굳어져 가는 단단한 얼음 곁에도

반짝이는 흔들림, 그 자리를 내어 줄

관용의 배려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글을 읽으며

'살아나는 신비함'을 생각했습니다.

말라가고 생기를 잃어가는 나의 굳은 땅에도

푸르르게 매료시킬 수 있고

아름다운 오색 꽃잎 피워낼 수 있는

생명의 숨결, 그 여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글을 읽으며

'다시 사랑하고 표현하는 감격'을 배웠습니다.

무뎌진 정서를 한 겹 한 겹 벗겨내 보며

섬세하고 가냘픈 사랑의 떨림도

뜨겁게 끌어안을 열정의 파도도

내 안에 있었음에...

감정의 존재, 그 살아갈 근원적 에너지를 깨달았습니다.




- 이것은 '박연준'작가님이 쓴 '계속 태어날 당신에게'라는 책을 읽고 제가 써 본 자작시입니다.

원래 이 책을 선정한 목적은, 올해 들어 자작시를 10편 넘게 쓰게 되고 글을 여러 편 쓰게 되면서 새로운 문장 표현에 대한 갈망, 매일 보는 세계와 사물에 대한 낡고 진부한 저의 반복적 패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집어 든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깊은 인상을 받은 몇몇의 작가와 그들의 책에 수록된 문장들,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 느낌과 소견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내게 인상 깊었던 점 1 : 문장 표현의 아름다움



 그런데 제가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은이가 작가들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마음의 글이었습니다. 때로는 사랑고백을 하며 설레어하는 연인의 마음처럼, 때로는 삶과 죽음에 대해 저 멀리 수평선을 함께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친구처럼, 때로는 하늘거리며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는 것조차 가슴이 시리고 마음을 아련해하는, 깊은 감수성을 가진 앳된 사춘기 소녀 같은 고백이 저의 마음을 물결치게 했던 것입니다. 



"당신은 이야기에 그림을 불러오고,
시를 걷게 하고,
손가락으로 풍경을 더듬듯 묘사하죠.
느리고 꼼꼼하게.
마치 손에 눈이 달려 있다는 듯이.

당신은 몸으로 듣고 손으로 보는 사람 같아요.
그때 저는 당신의 글에서 사랑을 느낍니다.
대상을 향한 사랑,
보이는 것만 보는 자와는 다른 투시력,
안과 뒤를 주시하는 시선,
낮고 정확한 목소리,
말과 침묵 사이 아슬아슬한 균형.
때문에 당신의 소설은 빨리 읽을 수가 없어요.
누군가는 밀도를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 나올 수도 있겠죠.

 당신은 바닥의 풀 한 포기처럼,
풀의 입장에서 풍경을 그려요.
주장하지 않지요.
밖에서 안으로 찬찬히 시선을 옮길 뿐이에요. "

- 존 버거(John Berger)(1926~2017)의 책을 읽고 박연준 씨가 쓴 글




 이렇게 아름답게 자신의 감명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렇게 깔끔하고 담백하게 자신이 느낀 바에 지적 색채감을 덧씌울 수 있을까. 느끼는 것도 중요하고 그것을 질료로 삼아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어떤 표현법으로 남겨지느냐에 따라 비범과 식상함, 신선함과 진부함, 명료성과 애매모호함, 독특함과 고리타분함의 경계선에서 갈려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내게 인상 깊었던 점 2 :
사랑하고 표현할 수 있는 용기



 당신은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의 시나 글, 음악이나 미술에 감명을 받아 그 마음을 표현해 본 적이 있나요?

설레고 주체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연애편지를 적듯이 진솔하고 솔직하게 표현해 본 적이 최근에 있으신가요?

어떤 구절이 내 마음에 깊은 감동을 새겨 넣게 되었는지 솔직한 어조로 자세하게 적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표현에 서툰 사회에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무게감 없는 헤픈 모습으로 비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이나 개입이 없이 감정에 휘둘리는 이미지로 남겨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좋은 것을 보면 환희의 감탄사를 연발하고 싶습니다. 타인에 의해 감명받았음에 기뻐하며 그 잔향과 감명을 나만의 아름다운 글로 남겨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제 마음에 이 책과 저자는 용기를 불어넣어 줬습니다. 그리고 고백하는 이의 이유 있는 행보에 고요하고 묵직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남긴 글을 하나 더 첨부합니다.



페소아.
종종 무력할 때,
비에 발이 묶여 있을 때,
스스로가 지겨워질 때 공책에 적어보는 문장이 있습니다.

 "몸을 씻듯 운명도 씻어주고,
옷을 갈아입듯 삶도 갈아줘야 한다."

이 문장을 곱씹어 읽어봅니다.
속에 고인 구정물을 버리고,
영혼을 깨우고,
새로 말간 운명을 해 입는 것처럼 개운해지거든요. 고백하건대 당신은 제 영혼의 청소부입니다.

-페르난두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중 [양 떼를 지키는 사람] 을 읽고 박연준씨가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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