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산을 가고,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운동을 하며 부지런히 나를 움직여 본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근본적인 고민이나 박탈감이 해결되지 않으니 불쑥불쑥 나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이놈의 망할 놈의 감정을 쉽게 거두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도전하며 깎아 내려지려 하는 나의 마음을 조금씩이라도 덜 가라앉게 시도하는 수밖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는 실이라 하더라도 모이면 단단해져 그 어떤 장애물이나 어려움도 거뜬히 견딜 수 있는 동아줄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현재 내가 할 수 있고,
현재 내가 해내야 하며,
언젠가 미래에 쓰일지도 모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그저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평소에 안 입던 옷과 액세서리를 하는 마음처럼 따스하게 새로운 훈풍을 불러일으킨다.
예상하지 않았던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진다. 나라는 존재의 삶이 반죽되고 빚어져 상대방 앞에 차려지고, 상대방의 영글어진 삶의 열매가 윤기를 내며 내 앞에 놓인다.
잘 차려진 상차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타인을 수용하는 마음.
마음! 그것이 그 만남에서 가장 따뜻하고, 나를 위로해 주며 나를 기쁘게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얼키설키 뒤섞이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다들 바쁘고, 할 게 많고, 신경 쓸 것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만난다.
시간을 정하고 약속을 정해서 말이다. 한 사람의 삶의 일부분에 '배려'와 '함께하는 즐거움'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새삼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고맙다.
나를 기억해 주고 나와 만나는 것에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써주는 분들이 감사하다.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주시는 엄마도 감사하고, 가정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주는 남편도 고맙고, 개구쟁이들이지만 해맑게 잘 커주는 아이들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