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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Nov 07. 2023

불혹 19. 파티

<부동산소재소설 2부>

        1      


        이른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이곳을 찾았다. 밤에 비가 내려 땅이 젖어있다. 무덤으로 올라가는 마을 뒷산 길에 일부 황토 흙더미가 보인다. 길이 없으니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길이다, 올 때마다 좋다는 감정보다 불편한 마음이 가득하다. 붉은 속살을 보이는 황토 위에 밟아도 밟아도 살아나는 잡초가 빗물에 젖어있어 미끄럽다. 잡초가 무성한 무덤이다. 마을에 나이가 비슷한 9촌쯤 되는 아저씨가 있어, 돈을 주고 매년 벌초를 부탁하였다. 무덤을 덮은 잔디는 대부분 사라지고, 무성한 잡초 사이로 군데군데 쑥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무덤의 봉분 끄트머리는 무너졌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혈육, 아버지와는 좋았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 40살이 되면서 죽은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 그 뒤로 오늘 무덤을 찾아왔으니, 10년도 훨씬 넘었다. 검정 비닐에서 막걸리 한 통을 꺼내어 놓고 무릎을 꿇는다. 술잔을 따르고 절을 한다. 두 번째 절을 하고는 부끄러운 듯 누가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목소리로 ‘아버지’ 불러본다. 50살이 넘고, 60살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패배자로 살았던 아버지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었다, 새끼가 어미를 찾는 그런 심정일 것이다. 한숨이 나왔다. 무덤을 등지고 무덤 앞에 따라 놓았던 막걸리를 마신다. 아버지는 무슨 재미로 그 시절을 살았을까, 40대를 지게꾼으로 살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살아야만 했던 그때, 한번 사는 인생이건만, 술에 취해 서울 하늘 아래 밑바닥 인생으로 살던 아버지였다. 간암이 발병하였을 때, 모든 치료를 거부하고 조용히 이곳 시골 마을로 와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식구들이 찾아오면 노발대발하였다. 분노와 폭력을 표출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추한 모습을 보여 주는 아버지는 식구들에게 불편하기만 한 존재였고, 그에 대한 미움이 점점 커져만 갔다. 빨리 죽기를 바랬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맘을 한 번쯤 가졌을 것이라 스스로 위로했다. 지금 내가 아버지보다 더 늙었다, 늙어보니 아버지의 맘을 이해할 수 있다. 지게꾼 인생, 삶에 대한 분노였다. 50살도 못 채우고 고독한 짐승으로 죽어가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49살 아버지는 새벽녘에 피를 토하고 차가운 방에서 혼자 죽어간 것이다. 얼마나 외롭고 무섭고 슬펐을까, 일어나서 다시 무덤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마지막 한잔 술을 따른다. 그리고 절을 한다. 아버지 이것으로 퉁 치세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죽은 아버지와 산 아들이 술잔을 나눈다.     


         2     

         

        새롭게 지은 시청 건물이다. 5층 복도 끝에 있는 방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1인용 가죽 소파가 상석에 하나 있고, 갈색의 원목으로 만든 테이블을 중심으로 1인용 소파가 6개씩 양쪽으로 놓여있다. 업무용 책상과 의자가 보이고, 그 뒤 통유리를 넘어 화천시 일대가 보인다. 오진명이 상석에 앉아있다. 왼쪽으로 김홍진, 김용복이 앉아있고, 오른쪽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김희선이 앉아있어,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남자와 대조되어 눈에 띄게 여성스러움을 보여 주고 있다. 잠시 뒤에 형기가 시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김홍진, 김용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김희선도 조용히 일어난다. 형기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오진명은 일어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 앉으라는 뜻으로 손을 들어 우측 소파를 가리킨다. 형기는 양어깨를 으쓱 올리면서 잠시 주춤하다가 오진명이 앉아있는 뒤로 걸어가서는 오진명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려놓고 안마하듯이 주무른다. 

         “축하드립니다. 이제 시장님으로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는 업무용 책상을 중지로 톡톡 치고, ‘화천시장 오 진 명’이라 쓰여 있는 명패를 쓰다듬으면서 의자 쪽으로 걸어간다.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눈으로 따라간다. “시장님, 정말 고생 많이 하시었습니다. 그리고 홍진, 용복이도 정말 수고 많았다.”

         “감사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 것 같은데”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정 대표님의 지시를 받아, 오진명이란 사람을 시장님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 일이었습니다. 제 할 일을 한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이곳 시장실로 시장님을 뵈러 올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오늘로 시장님을 위한 저의 역할은 다 끝났습니다.”

         형기는 시장이 업무 보는 의자에 앉아서 앞에 회의용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 본다. 오진명은 몸을 돌려 형기를 마주 본다. 의자에 앉아있는 형기 뒤로 왼쪽에는 태극기가 오른쪽에는 시장기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형기는 두 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다. 마땅히 그 자리에 앉아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몸짓에서 느껴진다.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 보답···, 하시죠? 시장님, 기념사진 하나 찍읍시다.”

         오진명이 ‘그럽시다’ 하면서 의자에 앉아있는 형기 옆에 서서 두 손을 번쩍 들고 포즈 취한다. 김홍진이 그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고 형기와 오진명은 서로 포옹을 한다. 그 모습을 다들 흐뭇한 웃음으로 보며 박수를 보낸다. 홍진이와 용복, 그리고 희선이도 나오라 해서 3명이 의자에 앉은 형기를 둘러싼다. 그 모습을 오진명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자 엄지손가락을 허공으로 내저으면서 ‘Good’이라 하면서 웃는다. 그렇게 2장의 기념사진을 남긴다. 사진을 찍고 나자, ‘선물입니다’라고 하면서 형기가 봉투를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오진명은 그 봉투를 열어 오피스텔 등기권리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희선에게 넘겨준다.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있기 전부터 이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오진명은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다. 말로만 들었던 ‘돈 선거’였다.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돈이 선거 운동의 처음과 끝인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인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일당 10만 원으로 2,000명이면 하루에 2억이다. 한 달이면 60억이다. 기타 잡비까지 하면 100억은 기본으로 지출된다. 깨끗한 선거, 투명한 선거, 공정한 선거는 그냥 말뿐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발표되는 선거비용은 다 거짓이었다. 정치에는 여와 야가 따로 없고, 보수와 진보, 정의와 공정은 의미 없는 허튼소리였다. 돈이 곧 정치였다. 자발적인 선거 운동원은 없다. 멋지게 옷을 빼입고, 재미를 위해 내 돈 써가면서 쫓아다니는 나훈아 펜클럽이 아니다. 옛날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쫓아다니면서 한두 번 정도 응원을 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옛날에도 돈으로 사람을 부렸고, 지금도 그렇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배고픈 시대는 환상으로 사람을 부리고, 배부른 시대에는 탐욕으로 사람을 부린다. 더군다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정치에 사람들의 관심이 그다지 없다. 인터넷 댓글 작업은 2,000명이 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도배가 된다. 마트, 공원, 버스, 전철, 정거장, 술집, 사우나, 산악회, 동창회, 동호회, 교회, 절 등 사람이 있는 곳을 다니면서 입소문을 낸다. 본격적으로 선거유세가 시작되면서 이들은 ‘개천에서 용 나다’ ‘서민들의 희망’ ‘지게꾼의 아들, ‘부동산 전문가 오진명’ 등의 현수막을 들고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박수부대가 되었다. 언론 작업을 통해 오진명 펜클럽이라 보도한다. 사람들은 이기적인 동물이라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것이란 것을 이용하는, 정치 마케팅이다. 열변, 눈물, 사람이 사는 세상, 인간승리, 서민들의 꿈 등으로 오진명에 대한 다양한 연출을 기획하여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도록 만들었다. 선거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3     


        태현이가 옆에 앉은 오진명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태현이가 일어나서 빈 술잔에 술을 따라 오진명에게 건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사그라들었다. 오진명은 지나간 시간의 깊은 흔적을 살피듯이 20여 명의 주위 사람을 둘러본다. ‘금수강산’이라는 한정식 전문점에서 축하 연회 자리를 만들었다. 요리가 테이블마다 펼쳐져 있다. 기분이 좋은 표정으로 빙글빙글 웃으면서 테이블에 펼쳐진 음식을 한번 보고 고개 들어 말을 한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지게꾼으로 살던 그런 청춘이었습니다. 그 시절이 버릇되어 지금껏 살면서 눈치를 보는 삶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이 사는 것처럼 살아보고 싶어 흉내를 내면서 살았지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잘 못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들,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지를 몰랐습니다. 한마디로 내 인생을 살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여기 정태현 대표를 만났고, 제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신 정태현 대표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당선을 위해서 함께 해주신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자리에 앉으면서 태현이와 악수한다. 악수하면서 태현이는 테이블 끝 쪽에 앉아있는 형기를 보고는 손짓으로 일어나라고 하면서 ‘제일 고생 많이 한 김형기 이사도 한마디 하시지’라고 한다. 형기가 일어나면서 나지막하게 헛기침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태현이가 빙그레 웃는다. 

         “축하드립니다. 오진명 시장님, 개천에서 용이 되었으니, 여의주 물고 계속 승천 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건배사 하겠습니다. 다 같이 술잔을 들고 한잔 마시겠습니다. 그럼” 주위를 좌우로 한번 둘러보고 목청을 가다듬고 크게 소리 지른다.

         “오. 진. 명.”

         “오. 진. 명.” 다들 이구동성으로 이름을 외치고는 술을 마신다. 

         “저도 한마디 거들고자 합니다.” 태현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술잔이 비어있는 임동일 박사에게 술을 따라주겠다는 제스처를 보이자 임동일 박사가 술잔을 들고 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빈 술잔에 술을 따르고 옆에 있던 오진명에게 같이 먹자는 신호를 보낸다. 셋이서 잔을 부딪치고 술을 마신다. 술을 따라주고 임동일 박사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태현이가 말을 한다.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고생들 많이 하였습니다. 오늘의 승리를 쟁취하기까지···” 한 호흡을 끊고 앉아있는 오진명 시장을 보면서 웃는다.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을 바라본다. 맨 끝 테이블에는 미희와 강혜영, 김희선이 앉아있는 것이 보인다. 순간의 정적이 지나고 말을 이어서 한다.

         “성경 대부분은 신이 인간을 벌주는 내용입니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이유도 없이 형벌을 받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을 가난, 병, 멸시, 조롱, 억울함 같은 것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일들이 인생에 펼쳐집니다. 대부분 죽는 날까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삶에 순응하지 않고 반항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승리자가 됩니다. 몹시도 가난한 집에 태어난 오진명 시장님, 신의 용서가 있다면 지금부터일 것입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오신 것에 존경을 보냅니다. 인구 100만 명을 이끄는 화천 시장으로 대한민국에 새로운 역사를 쓰시는 주인공입니다.” 말이 끝나자 다들 박수한다. 오진명 시장이 일어나서 태현이와 포옹을 한다.      


         4     

 

        태현이가 비서의 안내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선다. 시장실에는 오진명하고 임동일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화천시 신도시 개발사업본부장으로 자리 이동한 임동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어서 오세요’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온 오진명은 악수를 청한다. 태현이 손을 잡고 앉을 자리까지 안내하고 상석에 앉는다. 비서가 커피를 놓고 간다.

         “뉴스로 보았습니다. 한국당 시의원 과반이 넘게 지방채 발행 계획을 반대했더군요, 뭐 예상은 했던 것입니다. 자기들이 추진하려던 사업을 저희가 중간에 가로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태현이가 말을 한다.

         “네, 한국당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민간개발 사업방식은 개발이익이 전부 기업에 귀속되므로 사업을 철회하고, 대신 공영개발로 추진해서 개발이익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 시장님 선거공약이었는데···.” 임동일 박사가 서류를 뒤적이면서 말을 하고는 태현이가 커피 마시는 모습을 한번 바라보고 계속 말을 한다.

         “채권 발행이 안 되면, 시에 돈이 없으므로 관에서 주도적으로 개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저들의 명분입니다만, 자기들도 끼워 달라는 신호입니다.”

         “관이 주도하는 공영개발과 민간이 개발하는 민간개발의 차이는 개발 사업의 주체가 누구인가, 입니다. 따라서 오 시장의 선거공약대로 가면 닭 쫓던 개가 되는 것이 저들입니다. 우리는 공영개발의 주체가 되어, 우리는 우리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저들은 그림 자체를 그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모양을 맞추어야 할까, 제가 고민을 해보았는데···, 제 생각에는 우리가 그리는 그림을 위해서는 민·관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그것이 명분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저들을 위해서는 토지 공개 입찰을 하는 것입니다.” 임동일 박사가 두 사람의 얼굴을 좌우로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한다.

         “좋네요, 그렇게 하면 선거공약을 이행한다는 명분도 가질 수 있습니다.” 왼 손바닥으로 얼굴을 대고 있던 오진명은 두 손을 풀어 손가락을 서로 깍지를 끼면서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말한다.

         “맞습니다. 원래 계획은 공공사업이라는 명분을 가지기 위해 화천 도시개발공사를 하나 만들고, 도시 개발공사의 대행사업자로 제가 참여하는 그림을 그렸던 것인데, 지금은 욕심부리지 말고 나누어 먹어야 할 듯합니다. 임동일 단장님 의견이라면, 지금까지 한국당에 줄 대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기업들도 시행사업자로서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행정절차는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임동일 단장님이 차질 없이 잘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먼저 화천 도시개발공사 설립 절차를 밟아 주시기 바랍니다.” 오진명이 임동일 단장에게 업무지시를 한다.

         “그러면 기본적인 설계를 이렇게 합시다. 화천 도시개발공사는 개발이익 환수라는 명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화천 도시개발공사와 민간이 함께 금강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SPC를 합작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SPC에 민간이 참여하도록 하는데, 여기서 민간은 금융기관과 우리가 만드는 법인이 참여할 것입니다. SPC는 사업에 대한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토지를 분양합니다. 그러면 저쪽 사람들이 벌떼 입찰을 할 것입니다. 임동일 단장님, 지금 아파트 단지로 계획된 블록이 몇 개인가요?”

         “네, 아파트를 개발할 수 있는 블록은 모두 15개입니다.”

         “그럼 제가 5개 블록을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10개는 저들에게 공개경쟁입찰로 던져 주면 됩니다. 어차피 1블록에 이름뿐인 수십 개의 법인 이름으로 벌떼 입찰을 할 것이므로 한국당에 줄 댄 기업들이 8-9개 블록을 가지고 갈 것입니다. 5개는 시장의 재량으로 SPC에서 수의계약으로 처리하면 될 것입니다. LH의 노재호 국장이 있습니다. 조만간에 광화문포럼에 합류할 사람입니다. 디테일을 두 분이 설계하시면 될 것입니다. 명분을 만들기 위해 LH에 토지를 1-2개 분양하고, LH를 참여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임동일 단장님이 노재호 국장을 만나서 논의해보고, 실무계획을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SPC에 정 대표님이 참여한다면 저들이 특혜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시장인 제가 직권 남용하였다고 분명히 시비를 걸 것입니다.” 

         “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들이 돈 달라고, 지방채 발행을 반대한 것입니다. 자기들이 선거에 졌기 때문에, 우리가 다 먹어도 찍소리 못하고, 닭 쫓던 개가 된 처지입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입니다. 그냥 같이 먹자고 덤비니,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준 것입니다. 나중을 위해서도 같이 먹는 게 좋습니다. 법에서 요구하는 형식과 절차는 다 맞추어야 합니다. SPC의 민간 참여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은행과 저입니다. 그런데 개인으로 참여할 수 없으므로 펀드를 만들어 신탁 투자 형태 참여하는 방법과 자산관리회사를 만들어 참여할 것입니다. 시장님, 임동일 단장님, 그리고 우리 광화문포럼 사람들, 선거에 도와주었던 사람들에게 펀드나 자산관리회사의 지분을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릴 것입니다. 지분관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렇게 참여하는 것이 특혜라고 주장할 것입니다만, 우리는 법적 다툼에서 문제가 없이 형식과 절차를 준수하면 됩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이미 개발 사업이 종료된 먼 훗날의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시장 임기가 다 끝났을 때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오진명 시장이 여기를 시작으로 더 높이 진출할 것입니다. 여의도든, 서울시장이든···, 그리고 다툼이 있어도 한국당이 직접 나서지 않고 각종 시민단체를 통해서 먼저 공격할 것입니다.” 숨을 고르면서 정태현은 두 사람의 얼굴을 한번 보고 말을 계속한다.

         “신도시 개발 사업은 신도시가 정책적으로 어떤 지역이 지정되면 LH가 그 지역의 토지를 매입하고, 기반 공사를 하고, 일반 사업자들에게 분양합니다. 그냥 땅장사 하는 개념입니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벌기 쉬운 조직이 LH일 것입니다. 일부는 LH가 아파트를 직접 지어서 팔기도 합니다만, 관과 민, 두 주체가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한다고 하면 차이가 무엇인가요?”

         “가격 말고 뭐 차이가 있나요?” 임동일 국장이 답변하고, 오 시장이 고개를 왼쪽으로 30도쯤 기울이면서 긍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혼잣말을 한다.

         “분양가격이 8억짜리 민간 아파트가 LH가 공급하면 4억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그랬던 적이 있었나요?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말이 있지만, 다 말장난이고, 매수자는 시세차익을 전제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입니다. 살던 사람들이 계속 사는 재정착률이 15% 내외이고 85%의 사람들은 개발이 이루어지면 살던 동네를 떠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민간이 8억이면, LH는 한 7억 언저리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시중의 헌 아파트가 7억이거나 7억보다 낮다고 한다면, 그 가격이 낮은 가격이라고 할 수 있나요? 민간이 개발한 아파트보다 저렴한 마감재 및 빌트-인, 조경, 열악한 주민 공동시설 등으로 인해 LH가 공급한 아파트가 싸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받을 것 다 받는 것입니다. 관이나 민간이나 똑같습니다. 민간이 8억이고 LH 아파트가 5억 정도라면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지금까지 그렇게 공급된 아파트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국민은 민간 아파트를 더 선호하는 것이고, 실제 거래가격도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분양받고 나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관에서 벌어들인 돈은 다 어디로 갔나요?”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갔겠군요, 물론 공기업에서 일으킨 수익은 일정부분 공익을 위해서 사용되었겠지만, 눈먼 돈들이 굴러다니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공공개발이라고 하면, 토지 공사에서 주택 공사에 땅을 팔아서 수익으로 만들고, 주택 공사는 아파를 분양해서 수익을 챙기는 구조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아파트가 주공아파트입니다. 지금은 두 조직을 합쳐서 LH가 된 것이고, 권력자들이 돈 벌기 더 쉬운 구조가 된 것입니다.”

         “좋은 일을 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웃으면서 임동일이 말한다.

         “대한민국에 LH가 있다면, 화천시에는 도시개발공사가 있는 것입니다.” 오진명 시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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