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눈속의 색귀

<귀신이야기>

by 경국현

이른 새벽. 치악산 어귀. 모두가 잠든 시간, 나는 암자에서 내려온다.

눈 덮인 산길, 돌계단 사이로 바람이 스며든다. 발끝이 얼어붙는다. 그러나 마음은 조급하다.

오늘은— 보살님이 오시는 날이다.

하얗게 빛나던 얼굴, 웃을 때마다 움푹 들어가는 보조개. 눈발 속에 그 얼굴이 아른거린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산 아래로 달려간다.

신발 속으로 파고드는 눈, 귓가를 때리는 바람소리. 짐승인가. 바람인가. 귀신인가.

어둠과 여명이 교차하는 그 경계, 눈부신 들판이 펼쳐진다.

나는 그 밭 한가운데, 짚단 옆에 선다. 한기가 허리까지 차오른다. 그러나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갑자기, 그녀가 보인다.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여인. 연분홍 치마를 걷는다. 허연 속살이 드러난다. 나는 숨을 멈춘다.

손이 저절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목이 돌아간다.

정확히 180도. 몸은 그대로인데, 머리만 돌아와 나를 본다. 그 눈동자— 검고, 깊고, 고요하다. 눈알이 돈다. 입꼬리가 찢어진다.

“오늘도 왔구나.”

그녀가 속삭인다. 하지만 입은 벌어지지 않는다. 소리는 내 머릿속에서 울린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몸이 얼어붙는다. 차디찬 손이 내 손 위에 겹쳐진다.

그리고— 나는 짚단 위로 넘어간다.

공허한 눈, 부서진 뼈, 터진 입, 그리고 반복된 장면.

눈밭에 발자국은 없다. 피도 얼어붙어 있다.

나는 매일 새벽, 이 자리에 내려온다.

색귀가 웃는다. 그는 내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 내 죄를 먹고 자란다.

오래전, 보살이라 불리던 여인이 있었다. 암자에 와서 매주 기도를 올리던 사람. 어느 겨울날, 실종되었다.

그 후로 해마다 이맘때면, 눈밭 한가운데 짚단 옆에 그녀가 나타난다.

공허 스님의 북소리가 들려온다. 만물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나는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산이 무겁다. 몸이 무겁다. 그런데 마음은 가볍다.

나는 중얼거린다.

“나무아미타불…”

보살님은 오지 않는다. 하지만 색귀는 항상 기다린다. 그리고 그 색귀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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