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살인귀는 내 안에 있었다

<귀신이야기>

by 경국현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사람은 궁합처럼 잘 맞았다. 공기업에 다니던 아버지는 푼돈을 모아 어머니에게 건넸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서 부동산 기회를 캐냈다.

사람들은 어머니를 ‘복부인’이라고 불렀다. 서울 신도시, 분당, 일산, 평촌. 뉴타운, 재건축, 세종 땅까지. 돈의 흐름은 곧 운명의 지도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그들은 수백억을 가진 집안이 되어 있었다. 샹들리에가 거실을 밝히고, 1억 원짜리 전등 아래 고급스러운 말들이 오갔다. 차를 마시는 손, 얼음이 굴러가는 술잔,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아버지의 얼굴.

나는 그 모습을 TV로 봤다. 그들이 나의 부모였으면 했다. 어릴 때 나는 그들 덕분에 살아가는 재미를 가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광고였다. 가짜였다.

진짜 내 아버지는 술에 절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또 술이냐!”

버럭 소리가 내 머리를 때린다. 몸이 움찔거리고, 가슴이 뒤집힌다. 거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김치 쪼가리에 소주를 마시는 나의 눈이 그를 찌른다.

욕을 내뱉는다. 욕은 혀를 찢고, 가슴을 망가뜨린다.

잠시 뒤, 현관문이 쾅— 닫힌다.

내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나는 그의 아들이다. 지금은 나도 술에 떡이 되었다.

욕을 내뱉고 나간 건—저놈이었다. 내 아버지다.

그리고, 몇 해 전 똑같은 말, 똑같은 눈으로 그에게 욕을 내뱉고 집을 나섰던 사람— 그게 나였다.

그때 나는 저놈이었다. 지금은 그가 저놈이다.

다음은 누굴까. 내 아들인가.

나는 알콜 냄새에 절은 거실에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나— 서로가 서로에게 되돌아오는 저주의 얼굴을 본다.

죽이고 싶었다. 내 안에 살인귀가 있었다.

이른 아침,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아버지와 아들.

나는 샹들리에가 비추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티포트를 따르며 웃고 있었고, 아버지는 위스키 잔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네 차례야.”

그때, 나는 깨달았다. 그 집은 없었다. TV도, 샹들리에도, 얼음도, 아버지의 미소도. 모두—귀신이었다.

그날 밤, 나는 그 집의 다락방에 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왜… 왜 그랬어?”

“넌 날 죽였고, 나는 너를 만들었다.”

지금도 나는 그 집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샹들리에 아래, 귀신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나는 죽었다. 하지만 살인귀는 아직 살아 있다. 그건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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