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편>
책이 많은 것만큼 사람들도 많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교보문고에는 예전보다 사람들이 붐빈다.
수많은 책이 진열대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노벨상 작가들이 줄지어 있다.
헤르만 헤세, 헤밍웨이, 알베르 카뮈 들이 보인다.
몸 파는 접대부들이 붉은 조명 불빛에 거의 벌거벗은 듯한 몸으로 줄지어 서 있다. 풍만한 가슴을 보이고, 몸의 굴곡을 보여주는 원피스를 입고 있다. 욕정을 풀 남자의 손길을 기다린다.
화대는 정해져 있다.
하루 내 뱃속에 음식을 집어넣을 돈이다.
나는 그들 중의 한 여자의 손을 잡고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1시간이 지나서 사타구니의 짜릿한 느낌과 공허함을 가슴에 품고 나온다.
눈에 띄는 책을 손으로 집는다.
제목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 스타벅스에 앉아 책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커피를 마신다.
왼쪽에는 괴테가 있고 오른쪽에는 톨스토이가 있다.
괴테와 대화한다. 첫 페이지가 넘어가고 두 페이지가 넘어간다. 잠시 멈춘다.
톨스토이와 대화한다. 첫 페이지가 넘어가고 두 페이지가 넘어간다. 잠시 멈춘다.
이들과의 대화는 문자에서 시작한다.
단어로, 문장으로, 그리고 모르겠다.
커피를 마신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책 읽는 나를 본다.
그들의 눈길에 나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난다. 나는 문자에 집중한다.
1시간이 지났다.
대화는 끝났다.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대화는 일방적이었을 지라도 가슴에 벅찬 희열을 느낀다.
책장에 오늘 산 책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간다.
어젯밤 나의 욕정을 푼 접대부를 나는 다시 찾지 않는다.
잊혀진 기억이고, 하룻밤 욕망의 배설이다.
먼지가 머리에 수북한 욘포세가 대 선배인 괴테와 톨스토이를 쓴웃음으로 반긴다.
그 옆에 한강도 자리를 차지하고 쭈빗쭈빗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무서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이들을 나는 사랑한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 맘속에 있는 귀신은 허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