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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Dec 17. 2024

011. 악귀

<인간편>



  수천 번의 설교가 내 입에서 나왔다. 성경책을 달달 외우다시피 나는 열심히 살았다. 늘 따뜻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살았다. 하루가 반복되는 경건한 삶은 신의 축복이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 찾아와 십자가 아래 무릎 꿇고 있으면 눈물이 나왔다. 사랑의 눈물, 신에 대한 사랑이다. 검은 머리가 잿빛으로 변했다. 나는 신의 뜻을 전하는 전도자로 인생을 살았다. 회개하지 않으면 죄인으로 살수 밖에 없음을 꾸짖었다. 천국이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 했다. 성부ㆍ성자ㆍ성령의 이름으로 천국의 삶을 이야기 했다. 영원한 불꽃 지옥이 눈앞에 있으므로, 사람들이 통곡하도록 만들었다. 


  손에 쥔 모든 것을 버리라고 말한다. 천국의 영원한 삶을 소망하며 무소유의 삶을 이야기 한다.      



  나는 신을 사랑한다.

  신은 아브라함이 가진 가장 귀한 것을 원했다.     


  나는 신의 뜻을 따른다.

  사람들이 가장 귀하게 생각하는 것을 원한다.     


  십자가 밑에 있는 헌금함에 입을 맞춘다.     



  오늘은 내가 죽은 지 3일 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다.     


  나는 귀신이 되었다. 

  악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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