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한강을 달린다.
도시의 밤은 아름답다.
화려한 불빛이 서울의 밤하늘을 물들인다. 반포대교 위로 길게 늘어선 차들의 테일라이트가 흐른다. 나는 그 빛의 아른거림을 눈으로 좇는다. 오늘은 도로가 이상하리만큼 뚫렸다.
대리를 부르기 싫어 술은 마시지 않았다.
요즘 세상에 술을 강권하는 사람도 없다.
내가 젊었을 때는 달랐다. 부장들과의 술자리는 의무였고, 상사의 외로움을 함께하는 건 후배의 미덕이었다. 그렇게 30년을 살았다.
MZ세대는 다르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칼같이 헤어진다.
사전에 공지 없는 약속은 무례다.
내부순환도로로 접어들며, 익숙한 동대문 상권이 지나간다. 한양대, 홈플러스, 그리고 어둠. 가로등 그림자가 땅 위에 늘어진다.
오싹한 기운이 올라온다.
마장동 쪽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면 늘 느껴지는 낯선 긴장.
설마, 귀신을 믿는 건가.
아니다, 그럴 리 없다.
하지만 뒷골이 서늘하고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간다.
백미러를 보고 싶지 않다. 무언가 있을 것 같다.
괜한 웃음이 나온다.
"이제 진짜 늙었구나."
혼잣말이 흘러나온다.
백미러에 손을 뻗어 시야를 가린다.
그렇게 몇 초간 정신을 붙들다, 갑자기 소리친다.
"바보 같은 놈, 귀신이 어딨어!"
그리고, 손을 내린다.
백미러 속 검은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다.
동공이 벌어지고, 동굴처럼 깊은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미소 짓고 있다.
흔들리는 백미러 안에서 여자의 입술이 꿈틀인다.
그 순간, 나는 떠올린다.
15살, 첫 몽정의 밤.
꿈에서 나를 껴안던 그 여자다.
이제 와서 왜?
손이 운전대에서 떨어지고, 시선이 백미러에 박힌다.
나는 여자의 품에 안긴다.
차가 떠오른다.
도시의 밤을 찢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
깨어보니, 땅에 짓이겨진 나의 몸이 보인다.
여자가 다가와 내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녀는,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백미러 속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