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귀신의 밥

<귀신이야기>

by 경국현



귀신은 무엇을 먹고 살까.

사람은 밥을 먹고 산다.
귀신은 귀신을 먹는다.

영(靈)도 생존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밥을 먹는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귀신도 마찬가지다.
먹지 않으면 무(無)가 된다.

썩은 밥이 있듯이,
썩은 영혼도 있다.
잘못 먹으면 탈이 나고,
잘못된 영을 먹으면 고통이 온다.


“넌 뭐 하는 놈이냐.”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형체 없는 그림자,
그 존재만으로 뼛속이 얼어붙는 존재.
흑암의 중심에 서 있는 악마(惡魔)였다.

나는 오늘 죽었다.
죽자마자 배고픔을 느꼈다.

살아 있을 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절박하고도 원초적인 굶주림.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

먹지 않으면 먹힌다.

내 옆에 나처럼 방금 죽은 영혼이 있다.
그는 나보다 약하다.
아마도, 착하게 살다 죽은 자다.
착한 영혼은 약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안다.
내가 저놈을 먹어야 산다.

그리고,
나는 그를 삼킨다.
사정 없이 꾸역꾸역,
저항조차 할 틈 없이,
그의 마지막 비명을 들으면서.

그는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인간으로,
그리고 다시 한 번은 귀신으로.

그의 삶은 착했기에,
죽음조차 순했기에,
그는 먹힐 수밖에 없었다.


어떤 귀신이 될지는 살아 있을 때 이미 정해진다.

착하게만 살다 죽은 자는,
이 세계에서 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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