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002

by 경국현


물에 비친 세상은

손에 닿지 않는다


피는 꽃도

지는 바람도

잠시뿐이다


사랑도 그랬다

붙잡을수록

사라졌다


공은 그릇,

색은 허상


나는 안다

모든 것은

한때의 파도


그래서 오늘은

본다

놓는다


공함 속에 충만함

충만 속에 텅 빔



☞ 나의 노트

사랑도, 젊음도, 기쁨도 결국은 스쳐간다. ‘색즉시공’은 비움의 철학이 아니라, 채움과 비움이 이어지는 삶의 순환이다. 이 시는 더 이상 붙잡지 않겠다는 한 남자의 조용한 수긍이다. 놓는 것은 잃는 일이 아니라, 다시 채우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