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초 이전에는 신이 없었다.

<Bible IF Story>

by 경국현


태초 이전에는 신이 없었다


상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있었다고 한다면, ‘태초 이전’은 무엇이었을까?
성경은 이렇게 시작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1)

이 첫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태초'라는 단어는 시간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태초 이전엔?
그때는 시간도, 공간도 없었을 터.

‘태초’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하늘과 땅이 생겨난 맨 처음.”


즉, 공간이 생겨났다는 뜻이다.
하늘과 땅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
공간이 없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상태인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없는 것'을 상상하는 순간, 이미 '있음'을 상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간이 없다면, 당연히 시간도 없다.
공간도, 시간도 없는 그 무(無)의 상태.
그런데 그런 무에 신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경은 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만 한다.
'태초'가 시간의 시작이라면, 그 이전은?

그 질문에 답하려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되살린다.
'어디에 있었다', '언제부터 존재했다'는 식으로.

결국, 신이 존재하려면 공간이 필요하고, 공간이 존재하려면 시간의 선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신'은 태초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무(無)는 아무것도 없다.
시간도, 공간도, 심지어 신도.
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미 무가 아니다.
신의 존재를 말하는 순간, 우리는 태초를 넘어서지 못한다.

이제 이런 상상이 가능해진다.
신은 인간이 만든 개념이다.

성경 창세기 1장 26절에 등장하는 구절 —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
— 는 신이 여럿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삼위일체라는 개념은 신학자들이 나중에 덧붙인 해석이다.
성경 안에는 그런 단어가 없다.
그저 '우리'라는 복수 표현일 뿐이다.

그렇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을 가능성.

상상은 인간만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은 상상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흑암이 태초의 상태였다고 성경은 말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 혼돈과 공허가 깊은 수면 위에 깔려 있었고,
하나님의 영이 그 위를 운행하고 있었다.
(창세기 1:2)

그 어둠 속에서 빛이 만들어진 날,
우리는 그 날을 ‘첫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신의 관점에서 그 날이 정말 첫날이었을까?

신은 그 이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홀로 놀고 있었을까.
아니면 이미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을까.
성경은 침묵한다.
그래서 우리는 상상한다.
어쩌면, 태초의 이전은 영원한 침묵이었는지도 모른다.

철학자 뉴턴은 시간과 공간이 ‘태초에’ 있었다고 했다.
반면 라이프니츠는 그것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들의 논쟁은 결국 존재 이전의 존재를 말하려는 말장난이었다.

그렇다면 성경의 첫 문장은,
‘신이 존재한다면’이라는 조건부 상상일 수 있다.
그 문장은 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의 부재를 암시하는 문장일 수도 있다.


덧붙이며

우리가 신을 상상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 ‘부재’를 견디지 못해서일지 모른다.
공간도 시간도 없던 그곳.
완전한 무(無) 속에서,
인간은 ‘신’을 만들어냈다.

신이 우리를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신을 만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은 인간의 거울이다.
인간은 고독했기 때문에 신을 상상했고,
두려웠기 때문에 신을 믿었으며,
살아야 했기 때문에 신에게 의미를 부여했다.

신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는,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상은 곧 신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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