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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도 사랑일까

여덟 번째 남자(3) 권지용, 88년생

by 무아예요

::G-DRAGON - This Love::


나보다 지디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역시나 너무 많았다.


하지만 아니길 바랐다. 그냥 믿고 싶었다. 연예인 걱정하는 거 아니라는데, 어차피 남인데, 난 팬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간절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아닐 것 같았다.


얼른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해주길 바랐다.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그 사람들 입을 닥치게 해주길 바랐다.


그래야 멋있으니까.

당신은 원래부터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멋있는 건 당신만 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한 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뭐라고 당신의 인생인데 이러길 바라고 저러길 바라고. 그리고 만약 마약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도 나 따위가 당신을 미워할 수나 있을까? 그저 대스타와 나는 아무 관계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역시 지디였다. 역시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 사람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난 이제서야 당신이 달라 보였다.


왜 당신을 완벽한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완벽하길 바랐는지, 당연히 완벽할 거라고 여겼는지 모르겠다.


발매하는 음원 족족 가요계를 뒤집어 놓아야 당연한 사람.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실수 한 번 하지 않아야 하는 게 당연한 사람. 잘하는 게 당연한 사람. 그리고 사람들 모두 당신을 좋아하는 게 당연한 사람.


나는 당신이 이미 당연하고도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랑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내가 그걸 막 채워주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들었다.


이제야 알았다. 이게 팬이라는 거구나.


나 지디 좋아했네. 나 지디 팬이네.


내가 15년 동안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받아들였다.


아무 관계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아무 관계가 아니라서

사랑할 수 있다.


지디가 컴백했다.


<유퀴즈>에 출연한다는 예고편만 열 번은 넘게 봤다. 본편 영상인 줄 알고 틀었다가 이미 봤던 예고편인 줄 알면서도 보고 또 봤다.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대견하고, 고마웠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고, 저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퀴즈> 방송을 기다리며 나까지 걱정이 됐다. 지디가 너무 욕 먹지 말길, 너무 힘들지 않길,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길...


그러다 다시 생각을 바꿨다. 또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것 또한 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냥. 그냥 하길!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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