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남자(4) 88년생, 권지용
::빅뱅 - Stupid Liar::
그는 분명 떨고 있었다.
제작진과 카메라, 그를 둘러싼 공기까지도 의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다 숨이 막혔다. 당연히 오랜만에 나오면 그럴 수 있지. 잘한다, 못 한다가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가 너무 긴장했나 보다. 솔직히 팬의 심정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채널을 돌렸을 것 같다.
그러던 중, 그가 신곡을 발표한다며 <파워>를 들려주었다. 노래가 나오기 바로 직전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나도 모르게 ‘신곡이 별로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너무 좋다거나 별로라거나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신기한 노래였다. 다행인 건, 뭔가를 따라해서 유행이 지났거나 감이 떨어진 노래가 아니었다. 그냥 새로운 것이라 적응이 안 될 뿐이었다. 그냥 신곡을 만들어준 것, 우리에게 들려준 것 자체로 고마웠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도 <파워>를 무한 반복하며 듣고 있다. 몇 번 듣고 나니, 가사를 알고 나니, 특히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니, 이 노래가 정말 좋다. 당신은 늘 그렇다. 꼭 지나고 나서야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차린다.
그는 다시 살아가고 싶은 힘을 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사람을 믿어도 된다는 확신을 주었다. 15년 넘도록 당신을 의심했는데 당신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이제야 나는 당신을 믿는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좋은 신곡만 내고, 신선한 무대만 하고, 늘 멋진 모습으로 완벽할 거라고 믿는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을 믿기에 완벽함을 바라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어떤 부담도 주지 않고, 그냥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믿음이 아닐까.
지디를 향한 팬심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이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자세와도 같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 애인, 친구, 동료,
그리고 나 자신.
믿는다면, 그리고 사랑한다면, 또 믿는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