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남자(1) 트로트 가수, 32세
::나이트오프 - 잠::
“연예인 많이 봐요?
방송 일을 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많이 만난다면 많이 만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촬영할 때가 아니면 볼 일이 별로 없다. 방송국이나 그 주변에서 오가며 지나가는 연예인을 가끔 마주친다. 하지만 스쳐가듯 잠깐일 뿐이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고민하다가 ‘네… 뭐…’ 정도로 대답한다. 그러면 또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누가 제일 인성 안 좋아요?”
인성 안 좋은 연예인? 운이 좋아서인지 내가 그렇게 많은 연예인을 만나지 않아서인지 딱히 그런 사람은 없었다. 들은 건 좀 있지만...
내가 만난 연예인들은 오히려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보다 훨씬 친절했다.
특히 막내작가일 땐 ‘뒤에서 가장 고생하는 스태프’라며 더 챙겨줬다. ‘밥 먹었냐’ 물어보고, 간식을 챙겨주고, 이름을 외워주고, 가기 전에 꼭 찾아와서 인사해 주고, 생일이라고 스타벅스 커피세트 쿠폰을 보내줬다.
하지만 그땐 그런 호의를 베푸는 모습에 아주 크게 감동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연예인이니까.
원래 항상 웃으면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니까.
그게 직업이니까.
그래서 나한테도 잘해주는 거겠지.
처음엔 연예인들이 텔레비전에서 보던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뭐가 진짜인지 구분이 안 됐다.
그들은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늘 촬영하는 것처럼 한결같은 태도였다. 도무지 인간적이지가 않아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그래서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나는 딱 거기까지로만 생각했다.
그밖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종종 실제로 봐서 신기할 때가 있다. 한 번씩 ‘연예인은 연예인이구나…’ 하며 감탄이 나왔다. 하지만 신기하다고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들도 그냥 직업이 연예인이지 나처럼 똑같이 일하는 중일 테니까. 일하고 있는데 텔레비전 보듯 쳐다봤다간 혹시나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선배들에게도 그렇게 배웠다.
연예인과 계속 같이 일하다 보니 어떤 연예인이든 인간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들이 연예인이라고 해서 막내작가를 더 챙겨줬던 게 아니란 걸 알았다. 내가 연예인을 연예인이라고만 생각하고 괜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