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그거가 무엇인가요?
누군가 쉽게 내뱉은 말 한마디,
그 안에 뭉뚱그려진 무언가를 다시 꺼내 정리하는 일은 언제나 내 몫이다.
"그거 있잖아요, 그거."
이 문장 안에 모든 책임이 밀려오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의 진짜 의미를 밝혀야 하는 건 늘 나다.
난 매일 그거에 갇혀 산다.
해결해야 할 이슈, 당겨야 하는 일정,
애매하게 정리되지 않은 결과물,
그리고.. 가끔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이 일,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맞긴 하나?”
사실 난 ‘해답 또는 정답을 찾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흔히 이슈가 생기면 누군가는 물어본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내 입을 바라본다.
어쩌면 그건 내 일이고, 내 역할이고,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근데 매번 그럴 때마다 머릿속은 복잡하다.
마음은 늘 한 템포 늦게 따라오고,
감정과 생각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아, 그건요…” 하며 입을 뗀다.
내가 말하는 ‘해답’이 맞는지도 모르겠는데
말을 해야 하니까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그거’를 말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결국 그걸 정리하고, 찾아내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건 늘 나다.
“이거 어떻게 할까요?”, “그거 아시죠, 그거 해결 좀…”
그 한마디에 내 시간과 에너지가 쏠리고, 때로는 감정과 신념까지 쏟아붓게 된다.
그리고 결국엔 내가 가장 깊이 고민하고,
가장 오래 끌어안게 된다.
그 말을 꺼낸 사람은
정작 그 ‘그거’가 뭔지도 잊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나?'
'아니면 그냥 책임감으로 떠안고 있는 일인가?'
처음엔 잘하고 싶어서였고,
그 다음엔 의미를 만들고 싶어서였고,
이제는 그냥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남이 흘린 말 하나에 내가 너무 많은 걸 걸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그건 당신이 말한 거니까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라고 선을 그을 수는 없다.
지금껏 그렇게 해오지도 못했고,
어쩌면 그런 태도는 내 방식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의 ‘그거’를 받아 들고
그 의미를 다시 조립하고, 해석하고, 정리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거’가 내게 주어지는 이유는 하나다.
“그거, 너라면 알 것 같아서.”
그리고 나는 또 내가 좋아서 하는 건지,
그냥 잘해서 계속 하고 있는 건지,
그 경계에 선 채 묵묵히 또 하루를 살아낸다.
그렇게 또 하나의 ‘그거’를
내 방식대로 완성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