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경 Oct 26. 2023

의료진과의 갈등 : 항암치료 거부와 나의 이야기(3)


환자가 의료진이 하라는 치료를 거부하면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아침에는 교수님이, 저녁에는 담당 레지 선생님의 설득을 조심스럽게 거절하는 일은 환자로서 또 다른 고통이었다.   

  



교수님께 항암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고 난 뒤, 오후에 담당 레지가 다른 날보다 일찍 회진왔다. 담당 레지는 항암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나는,

“아무 이유 없어요. 지금은 수술 후 몸이 너무 약해져 있어요. 머리도 너무 아프고요. 영양제를 계속 맞고 있지만, 효과도 별로 없고요. 항암치료는 좀 더 생각해 볼게요.”라고만 말했다.     


다음날도 회진 오신 교수님은 “지금까지 결정 못 한 거야?”라고 물어보셨다. 얼굴에는 한심하다는 표정과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보이면서 가셨다. 선생님이 나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옆방 한 언니가 오셨다. 나를 찾아오신 것이다.

     



“젊은 새댁이구먼. 항암 안 한다고 한 환자가?”라며 나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 제가 항암을 안 한다고는 했는데 누구세요? 저를 아세요?”라고 황당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와 봤어. 항암치료를 왜 안 한다는 거야할 때는 힘들어도 해야 해재발하면 어쩌려고 그래?”라며 따지듯이 묻고 계셨다나와 친한 언니는 황당해서 어떠한 말도 못 하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언니. 몸 괜찮으세요? 머리도 다 빠지고 손톱도 까맣게 다 변했네요?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걱정스러운 말로 대답했다.


“이건 잠시 지나가는 거야. 이것만 견디면 다 해결돼. 나도 잘 견디고 있잖아. 젊은 사람이 왜 치료를 안 해?”라며 걱정하는 건지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좋게 들리지 않는 명령조로 말하고 계셨다.     


나는 웃으면서 “생각해 볼게요. 언니 몸 잘 챙기시고 얼른 치료 잘 받으셔서 건강하세요.”라고 대답하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비쳤다. 계속 말하려는 언니를 피해 나는 친한 언니에게 다른 말을 걸었다. 기분이 상했다. 다른 병실까지 가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것도다른 환자가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싫었다.     




아침 회진 시간이 되자, 교수님께서 오셨다. “정말 항암치료 안 할 거야안 하면 큰일 나정신과로 연결 해줄까힘든 일이 많은가 본데?”라며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황당한 나는,


“괜찮습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요. 어지러움도 심하고, 기력도 없고요. 좀 더 생각해 볼게요.”라며 매일 똑같은 말로 더 이상의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게 했다.      


오후에 담당 레지가 왔다.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항암치료는 꼭 해야 해요만약 다른 문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다른 과에 연결해 드릴게요지금 나이가 이렇게 젊으신데 항암치료 안 하면 큰일 나요?”라고 말하지만, 짜증이 어느 정도 섞여 있었다. 위에서 압박받은 느낌이었다.     


아무 문제도 없어요선생님지금 저는 쉬어야 해요계속 말씀드렸지만머리가 너무 아프고속도 안 좋고 기운도 없어요이 상태로는 항암 못해요.”라고 말하자,


항암 하는 거 하고 머리 아픈 거하고는 아무 문제 없어요먼저 한번 해보세요.”라며 반강제적인 어투였다.


“선생님. 안 하면 오래 못 사나요?”라고 물어보자, 황당한 표정으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했다.


선생님전 안 하고 조금만 편하게 살다 죽을래요그러니깐 항암치료 그만 강요하세요.”라며 웃으면서 거절했다.     




다음 날 아침, 교수님은 오셔서 “온코 타입 dx” 검사를 하라고 하셨다. 나는 “그게 뭐예요?”라고 물었다. 그때 내 담당 레지는 교수님 뒤에서 손으로 표시를 하면서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교수님은 “항암을 안 한다고 하니깐, 정말 안 해도 되는지 검사를 해보자는 거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바로 거절하기가 힘들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웃으면서 좋게 말했다.      


담당 교수님이 나가시자, 갑자기 간호사 2명이 들어와서 사인을 하라며 서류를 보여주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무슨 사인이요?”라고 물었다.     


담당 간호사는 교수님께서 검사한다고 했다면서 사인받으라고 했어요.”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내가 언제 한다고 했어요? 생각해 본다고 했지요.”라고 말하면서 짜증을 냈다. 간호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병실을 나갔다.     


황당해하는 나를 보고 있던 맞은 편 언니는 “와! 정말 무섭다. 항암치료 안 한다니깐 별걸 다 시키네. 솔직히 내가 3년간 병원 다니면서 인경 씨처럼 안 한다고 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의료진도 이렇게까지 강요하는지 몰랐네.”라며 같이 그들 반응에 놀라워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 계속 

20231025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이전 08화 의료진과의 갈등 : 항암치료 거부와 나의 이야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