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웃으면서 “생각해 볼게요. 언니 몸 잘 챙기시고 얼른 치료 잘 받으셔서 건강하세요.”라고 대답하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비쳤다. 계속 말하려는 언니를 피해 나는 친한 언니에게 다른 말을 걸었다. 기분이 상했다. 다른 병실까지 가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것도, 다른 환자가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싫었다.
아침 회진 시간이 되자, 교수님께서 오셨다. “정말 항암치료 안 할 거야? 안 하면 큰일 나. 정신과로 연결 해줄까? 힘든 일이 많은가 본데?”라며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황당한 나는,
“괜찮습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요. 어지러움도 심하고, 기력도 없고요. 좀 더 생각해 볼게요.”라며 매일 똑같은 말로 더 이상의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게 했다.
오후에 담당 레지가 왔다.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항암치료는 꼭 해야 해요. 만약 다른 문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다른 과에 연결해 드릴게요. 지금 나이가 이렇게 젊으신데 항암치료 안 하면 큰일 나요?”라고 말하지만, 짜증이 어느 정도 섞여 있었다. 위에서 압박받은 느낌이었다.
“아무 문제도 없어요. 선생님. 지금 저는 쉬어야 해요. 계속 말씀드렸지만,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도 안 좋고 기운도 없어요. 이 상태로는 항암 못해요.”라고 말하자,
“항암 하는 거 하고 머리 아픈 거하고는 아무 문제 없어요. 먼저 한번 해보세요.”라며 반강제적인 어투였다.
“선생님. 안 하면 오래 못 사나요?”라고 물어보자, 황당한 표정으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했다.
“선생님. 전 안 하고 조금만 편하게 살다 죽을래요. 그러니깐 항암치료 그만 강요하세요.”라며 웃으면서 거절했다.
다음 날 아침, 교수님은 오셔서 “온코 타입 dx” 검사를 하라고 하셨다. 나는 “그게 뭐예요?”라고 물었다. 그때 내 담당 레지는 교수님 뒤에서 손으로 X 표시를 하면서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교수님은 “항암을 안 한다고 하니깐, 정말 안 해도 되는지 검사를 해보자는 거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바로 거절하기가 힘들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웃으면서 좋게 말했다.
담당 교수님이 나가시자, 갑자기 간호사 2명이 들어와서 사인을 하라며 서류를 보여주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무슨 사인이요?”라고 물었다.
담당 간호사는 “교수님께서 검사한다고 했다면서 사인받으라고 했어요.”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내가 언제 한다고 했어요? 생각해 본다고 했지요.”라고 말하면서 짜증을 냈다. 간호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병실을 나갔다.
황당해하는 나를 보고 있던 맞은 편 언니는 “와! 정말 무섭다. 항암치료 안 한다니깐 별걸 다 시키네. 솔직히 내가 3년간 병원 다니면서 인경 씨처럼 안 한다고 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의료진도 이렇게까지 강요하는지 몰랐네.”라며 같이 그들 반응에 놀라워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 계속
202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