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전 항암을 안 할 건데, 그 검사가 무슨 의미가 있어요. 숫자가 100이 나와도 항암을 안 할 건데. 내 돈 470만 원 내고 할 필요가 없어요. 그 검사는 실비도 안 돼요.”라고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다음 날 아침 교수님은 오시자마자, 나를 보고 “남편 직업이 뭐야?”라며 물어보셨다. 나는 뜬금없는 질문에 깜짝 놀랐다.
“왜요? 여기서 남편 직업을 왜 물어보시지요?”라고 반문했다. 교수님은 “그냥. 궁금해서…. 뭐야?”라며 다시 물었다.
나는 키즈카페 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예전에 했던 “학원 하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학원 하면 벌 만큼 벌 텐데 와이프 목숨을 500과 바꾸네. 참나”라며 큰소리고 말하고 병실을 나가버렸다. 병실 안의 환자들은 다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앞의 친한 언니는 “자기야. 정말 돈 없어서 여기 있으면 서러워서 못 있겠다. 어떻게 저런 말을 쉽게 하지? 의사들 정말 대단해.”라며 언니가 위로해 주고는 있었지만, 황당함과 기막힌 상황을 그냥 넘어가기엔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나는 바로 남편에게 전화했다. “여보. 나 지금 황당해서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야. 이젠 못 참겠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화가 안 풀리네. 내가 항암을 안 하겠다는데. 그리고 지금 머리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는데. 여기에는 관심도 없고.”라며 나의 다혈질적인 성격이 나타나 흥분되어서 말하고 있었다. 남편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뭐라고 하면 어때? 난 상관없어. 지금은 어떤 게 당신에게 최선인지 그걸 선택해야지. 의사가 뭐라고 하던 지 말던 지 신경 쓰지 마. 나도 항암치료는 계속 알아보고 있는데 뭐가 옳은지 모르겠어. 나도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긴 한데 당신 후회하지 않겠어? 그것만 생각해?”라며 남편 또한 나에게 위로 반 짜증 반 섞인 말로 답변했다.
남편과 통화 후 나는 더욱 확신을 가지고 퇴원 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담당 레지가 왔다. 례지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환자분. 제가 이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미친년의 순서를 말해 드릴게요.”라고 말하더니만, 내 침대 옆에 있는 기둥에 손으로,
“1번 수술 안 하는 사람.
2번 항암 안 하는 사람.
3번 방사선 안 하는 사람.
이게 암 환자의 미친년 순서예요.”라는 말하는 것이다.
나는 웃고만 있었다. 아침에 남편과 통화만 안 했으면, 내 성질에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레지 상황도 이해는 되었다. ‘얼마나 교수님에게 혼났으면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자, “내가 미친년이네요?”라며 웃으면서 맞장구쳐 주었다.
202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