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경 Oct 27. 2023

의료진과의 갈등 : 항암치료 거부와 나의 이야기(4)

    

암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의사들은 “이 환자가 얼마짜리 환자인가?”라는 계산부터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의사도 직업이다. 목숨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병원에 수익을 가져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환자 입장만 생각하고 병원에 적자만 내는 의사라면, 병원에서는 유능한 의사로 남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의사로 전문의가 되기까지 보통 30년이 넘게 걸린다. 그때까지 그들은 남들보다 좋은 머리로, 잠을 줄여가며 많은 것을 포기하며 의학 공부만 한다. 일반인이 할 수 없는 노력의 결과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전문의 중에서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병원에 취업한 의사는 병원의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병원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환자가 암 환자이다. 또한 암이란 병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치료 중에 사망한다고 해도 의사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드물다. 치료 과정 중에 환자가 사망할지라도 의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이라는 말로 모든 책임은 끝이 난다. 죽은 자만 불쌍하다.      




오후에 담당 레지가 왔다.““온코 타입 dx” 검사라도 해보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황당해서,

“선생님. 아침에 교수님이 말씀하실 때, 저에게 하지 말라고 뒤에서 X 표시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와서 왜 하라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거 해 봤자 항암치료 하라고 나와요. 환자분 크기는. 그런데 이렇게 항암을 안 하신다고 하시니깐 검사라도 해보시라는 거지요.”라며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웃으면서“선생님. “온코” 검사가 도대체 뭔데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1부터 100까지 숫자로 나누어서 분리해요. 검사해서 26 이상이 나오면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 걸로 나와요. 환자분은 하면 분명 26 이상 나와서 하지 말라고 한 거고요. 그런데 환자분이 이렇게 항암치료를 안 한다고 하시니깐 “온코” 검사라도 하라고 하는 거예요.”라며 어쩔 수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라는 걸 간접적으로 말해 주고 있었다.   

     

선생님전 항암을 안 할 건데그 검사가 무슨 의미가 있어요숫자가 100이 나와도 항암을 안 할 건데내 돈 470만 원 내고 할 필요가 없어요. 그 검사는 실비도 안 돼요.”라고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다음 날 아침 교수님은 오시자마자, 나를 보고 “남편 직업이 뭐야?”라며 물어보셨다. 나는 뜬금없는 질문에 깜짝 놀랐다. 


“왜요? 여기서 남편 직업을 왜 물어보시지요?”라고 반문했다. 교수님은 “그냥. 궁금해서…. 뭐야?”라며 다시 물었다.      


나는 키즈카페 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예전에 했던 “학원 하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학원 하면 벌 만큼 벌 텐데 와이프 목숨을 500과 바꾸네참나”라며 큰소리고 말하고 병실을 나가버렸다. 병실 안의 환자들은 다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앞의 친한 언니는 “자기야정말 돈 없어서 여기 있으면 서러워서 못 있겠다어떻게 저런 말을 쉽게 하지의사들 정말 대단해.”라며 언니가 위로해 주고는 있었지만, 황당함과 기막힌 상황을 그냥 넘어가기엔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나는 바로 남편에게 전화했다. “여보. 나 지금 황당해서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야. 이젠 못 참겠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화가 안 풀리네. 내가 항암을 안 하겠다는데. 그리고 지금 머리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는데. 여기에는 관심도 없고.”라며 나의 다혈질적인 성격이 나타나 흥분되어서 말하고 있었다. 남편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뭐라고 하면 어때? 난 상관없어. 지금은 어떤 게 당신에게 최선인지 그걸 선택해야지의사가 뭐라고 하던 지 말던 지 신경 쓰지 마나도 항암치료는 계속 알아보고 있는데 뭐가 옳은지 모르겠어나도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긴 한데 당신 후회하지 않겠어? 그것만 생각해?”라며 남편 또한 나에게 위로 반 짜증 반 섞인 말로 답변했다.     


남편과 통화 후 나는 더욱 확신을 가지고 퇴원 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담당 레지가 왔다. 례지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환자분. 제가 이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미친년의 순서를 말해 드릴게요.”라고 말하더니만, 내 침대 옆에 있는 기둥에 손으로, 


“1번 수술 안 하는 사람

 2번 항암 안 하는 사람.

 3번 방사선 안 하는 사람.


이게 암 환자의 미친년 순서예요.”라는 말하는 것이다.     


나는 웃고만 있었다. 아침에 남편과 통화만 안 했으면, 내 성질에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레지 상황도 이해는 되었다. ‘얼마나 교수님에게 혼났으면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자, “내가 미친년이네요?”라며 웃으면서 맞장구쳐 주었다.

          

20231025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이전 09화 의료진과의 갈등 : 항암치료 거부와 나의 이야기(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