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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Oct 29. 2023

퇴원 후 치료병원 결정 : 보험의 중요성

   

첫 수술을 마치고 10정도 지나 퇴원이 다가오자, 마음 한구석에선 고민이 올라왔다. 머리는 아프고 몸의 기력은 딸렸다. 어릴 때부터 건강한 몸이 아니어서 그런지 큰 수술도 아니었는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감기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수술한 게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미친년의 순서를 말한 레지는 올 때마다 그 말만 반복했다. 반복되는 설득으로 짜증이 나긴 했지만, 지금은 ‘퇴원 후 어떻게 할지?’가 더 큰 고민이었다.      


엄마는 일하는 아주머니가 계시니, 집으로 가지 말고 엄마 집으로 와서 몇 주 쉬었다 가라고 했다. 절대 쉴 수 있는 집이 아니다. 나는 안다. 차라리 어린 자식들이 있는 우리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죽으면 죽었지, 엄마 집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 독불장군이신 아버지가 안 계신 집이지만, 답답한 엄마가 계신 집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어렸을 때의 환경으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옆에 새로 들어오신 할머니는 고민하는 나를 보시고는,

“젊은 새댁은 보험 없어? 보험 있으면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에 가야지 왜 엄마 집에 가? 서로 불편하게.”라고 확실한 해결책을 말씀해 주셨다. 나는 깜짝 놀라서,     


보험이 한방병원이나 요양병원도 적용이 돼요? 대학병원만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무슨 소리야. 거긴 병원 아니야? 모든 병원 다돼. 거기다 입원 일당도 있으면 그것도 다 나와.”라고 말씀해 주셨다.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주신 할머니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 번 들였다. 나는 바로 남편에게 전화해서 병원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남편도 잘되었다며 여기저기 알아보겠다고 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학원을 운영했었다. 그 당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하원하여 집에 오면 나도 학원에서 집으로 왔다. 깐깐한 내 성격에 어린 자녀들을 남에게만 맡길 수는 없었다. 아이들 식사부터 이유식까지 모두 내 손으로 만들어 주어야 직성이 풀렸다. 아이들 목욕 또한 내 몫이었다. 일하시는 분은 오직 청소와 남편과 내 식사 준비만 해주셨다.     


매일 시간에 쫓기는 생활에 쇼핑할 여유가 없었다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홈쇼핑에서 사들였을 때였다. 건강 보험 상품이 자주 보였다. 그 당시 나는 ‘내가 아프면 누가 날 돌보지?’라는 생각에 보험을 적지 않게 가입했다. 내 것만 가입하자니 괜히 미안하기도 했고, ‘남편이나 아이들이 아프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가족들 보험 또한 넉넉히 가입했다.     


보험 가입하면서 남편과 몇 번의 말다툼이 있었다. 남편은 병원 안 갈 건데 왜 그렇게 보험 가입을 많이 하냐면서 불평했었다. 그 당시 내 한 달 수입이 웬만한 직장인 연봉 이상을 벌고 있었다. 나는 내가 보험금 내고 당신이나 아이들 아프면 내가 받아서 쓸 거야.”라며 들어놓은 보험이 이렇게 사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보험은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그때 가입한 보험 덕에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다고 본다. 이 많은 치료비와 생활비를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우리 형편에 절대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음날, 남편은 한방병원이 좋을 거 같다고 했다요양병원은 그때만 해도 암 환자를 위한 병원이 아니었다노인분들 호스피스를 위한 병원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내가 있기는 별로라는 것이다. 나는 퇴원하면 한방병원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후에 레지가 왔기에, 나는 퇴원하면 한방병원으로 갈 거라는 말에, 레지의 반응이 너무 황당했다.


“환자분. 제가 매일 말씀드렸잖아요. 미친년의 순서를. 거기에 썩은 물 먹으로 한방병원 간다고 하시니 하나 추가되겠네요.”라면서 미친년의 순서를 다시 말하기를,     


1번 수술 안 하는 사람.

 2번 항암 안 하는 사람.

 3번 방사선 안 하는 사람.

 4번 썩은 물 먹으러 한방병원 가는 사람.”이라고 웃으면서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어이없이 웃으면서 “나는 정말 미친년이군요?”라며 넘어갔다. 속으로는 ‘어린 것이 의사라는 타이틀로 월권이 심하군내가 참는다환자인 내가약자인 내가.’라고 생각하면서 그 상황을 넘겼다. 



20231027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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