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경 Oct 31. 2023

의료진과의 갈등:항암vs방사선 치료 꼭 해야할까?(6)

       

방사선 의사는 수술 부위를 함부로 주무른 뒤,

예후도 좋은데 항암치료를 안 하는 이유가 뭔가요?”라며 물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방사선 과에서 왜 항암치료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걸 왜 물어보세요?”라고 말하자,     

환자분. 환자분 나이 이제 44살이에요. 자녀들도 아직 어릴 텐데 왜 목숨을 포기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저에게 말씀해 보세요?”라며 나를 정신 질환 환자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요? 아무 일 없어요? 몸이 많이 힘들어요.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요.”라고 귀찮다는 듯이 말하자,     

“환자분, 힘든 거 알아요. 저에게 말씀하세요. 경제적으로 힘드시면 그것도 어느 정도 해결해 드릴 수 있어요. 치료를 포기하고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게 뭐에요?”라며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나는 너무 황당해서,

     

“무슨 말씀이에요? 지금 제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제 몸은 제가 알아요. 이 상태에서 항암 하면 저는 정말 죽어요.”라고 말하자,

“그러면 정말 죽나 안 죽나 한 번만 해봐요. 한번 해보고 이야기합시다.”라고 말하는데,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쓸데없는 말로 한 시간 이상 설득을 하는데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여의사 입가에는 하얀 거품까지 생겼다. 속담에 “입에 거품을 물고 이야기한다.”라는 말이 이때 쓰는 말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계속되는 선생님 말씀에,

     

“선생님. 저 지금 토할 거 같아요. 여기서 토할까요? 그만 하세요. 저 지금 올라가서 쉬어야 해요.”라고 단호히 말하자,

한 번만 한다고 사인하고 올라가세요. 그럼 보내 드릴게요?”라고 말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 보고 말씀드릴게요.”라고 말하자, 이야기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토할 것처럼 헛구역질했다.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올라가세요.”라고 말하면서 간호사에게 “보내드려”라고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너무 지쳤다.   

  



병실로 가던 중에 나를 소개해 주신 분을 찾아갔다. 그분은 “웬일이세요?”라며 반가이 맞이해 주었다. 내 표정을 보시고는 자판기에서 차를 두 잔 뽑아 오셨다.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어보셨다. 지금까지 병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며, 오늘 방사선 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했다.


“정말 힘드네요.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요. 너무하지 않아요?”라고 물어보자, 나를 보면서,


“아-. 내가 소개한 사람한테도 이러는구나솔직히 몇 년 전 저희 아버지를 모시고 왔어요. 내가 이 병원에서 위치가 있으니, 의사들도 함부로 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의사를 믿었지요. 그래서 의사가 하라는 대로 했다가 저희 아버지 돌아가셨어요그때 알았지요. 아. ‘의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 필요 없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인경 씨한테 하는 거 보고 확신이 드네요. 잘하셨어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하면 안 돼요. 의사들과 식사하면서 그들의 실수와 항암 방사선 문제에 관해 자주 들어요. 의사들도 알아요하지만 어떻게 하겠어요그게 다 돈인데. 그래도 현명하게 판단 잘하셨어요.      


한방병원 간다고 하시니 말씀드리는데, 거기 가서도 약제 확인 꼭 하세요. 다 돈과 연결되어 있어서 과다 청구할 수 있어요. 지금처럼 항상 공부하세요그리고 의사 말은 30%만 참고하고 스스로 항상 결정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미안해했다.     


“고마웠어요. 그동안. 그래도 수술 잘하고 가요. 교수님 실력은 저도 인정해요. 처음에 수술 날짜 배려해 준 것도 감사했고요.”라고 인사하며 병실로 올라 왔다.     




올라와 얼마 안 있어 담당 레지가 왔다. 나는 레지를 보자마자, 

“야. 너 이리 와 봐.”라며 손가락으로 오라는 표시를 했다. 레지는 깜짝 놀라서, “네?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 너희 뭐 하는 거야내가 만만해 보여매일 미친년의 순서를 말해도 웃고뭐라 해도 웃으니깐 내가 병신으로 보여이것들이 정말.”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레지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만 쳐다보았다.


다른 병원 가서 사진 찍었을 때수술한 곳에 이상 생기면 이 병원 고소할 거야어디서 수술한 지 10일 도 안된 곳을 주무르고 누르고 비틀고지랄이야? 그만하라면 그만해야지. 간호사까지 불러서 두 명이 나를 꼼짝 못 하게 하고. 뭐 하는 거야?”라며 나는 계속 반말로 화를 내고 있었다. 레지는,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알아볼게요.”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갑자기 레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지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라는 마음에 다시 좋게 말하고 잘 마무리했다.    

 



다음날, 교수님 회진 시간이 되었다. 교수님은, 

“이야기 들었는데, 내가 시킨 것도 아니고 참. 왜 그랬을까? 뭐라고 할 말이 없네.”라고만 하고 병실을 나갔다. 나는 어이없는 웃음만 나왔다. 


점심 식사 후 담당 레지가 왔다. 

“환자분. 내일 퇴원하세요. 항암 한번 하시고 퇴원시키려고 했는데항암 안 하실 거지요그러면 저희도 더 이상 입원이 불가능합니다.”라고 통보했다.      


“선생님. 저 지금 많이 어지러워요. 항암 하면 죽는다니까요? 쫓겨나는 거네요?”라고 말하자, 


“어지러운 건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내일 퇴원 처리하겠습니다.”라며 병실을 나갔다. 

     



다음날 퇴원 처리하는 과정에서 간호사는 다음 예약일을 물어보았다. 나는 예약하지 말고 나의 병원 기록지와 검사한 영상들 모든 CD에 넣어달라고만 했다. 다시 오지 않을 병원에 예약할 필요는 없었다.     


남편이 알아봐 준 양방병원과 한방병원이 함께 있는 곳으로 옮기면서 나의 모든 E 병원 자료를 가지고 갔다.




병원에서는 의사가 왕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는 환자가 선택할 권리도 있다. 모든 걸 의사 지시에 따라 일률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환자 몸 상태에 따라 개인별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10년 전의 나의 결정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내 평생에서 잘한 일을 말해보라고 하면 이때의사의 권유에 넘어가지 않고 내 소신껏 치료한 것이다만약 그 당시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했다면 지금 나는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20231028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이전 13화 의료진과의 갈등:방사선 치료 꼭 해야만 할까요?(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