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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Oct 15. 2023

유방암 사례 : 고통 없이 살면 안 되나요? (1)

   

첫 수술을 마치고 회복이 어느 정도 되었다. 밝은 성격인 나는 병실 환우들과 깊은 친화력을 가지고 되면서 병원 생활은 생각보다 지루하지는 않았다. 특히 가깝게 지낸 언니는 2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하셨고, 그때 당시 코끼리 팔처럼 부종이 생겨서 입원했었다.      




언니 남편은 L사 대기업 CEO였다. 언니가 입원할 때마다 남편은 가능한 1인실을 선택했다. 언니는 혼자 있는 게 답답해서 하루 있다가 별일 없으면 다인실로 옮겼다. 남편분이 1인실에 입원시키는 이유는, 언니를 편하게 쉬게 해주기 위해서도 있지만, 본인이 면회 왔을 때, 남들과 부딪치기 싫어서라고 말해 주었다. 남편분은 오시면 커튼을 치고 조용히 이야기하시다 가셨다.      


그때만 해도 나는 일반인이 이용하는 병실은 무조건 다인실로만 생각한 평민 수준이었다. 1인실의 편리함도 모를 때였지만, 1인실은 부자들만 사용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부러웠다. 1인실 사용이 부러운 게 아니라, 경제적 문제 없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1인실 하루 비용이 치료비를 제외하고 30만 원 이상이었다. 꼭 필요하다면 며칠은 사용했겠지만, 나는 30만 원이 아까워서 올 때마다는 못 간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겠지?      




언니는 2년 전에 수술했고 3년째 접어드는 그 당시까지, 유방암 판정 이후, 집에 있었던 날보다 병원에 있었던 날이 더 많다고 했다. 나는 실비가 있어서 쉬러 오냐고 물어보았다. 언니는 보험이 없어서 오직 치료 목적으로 본병원만 왔었다고 한다.      


3년 전, 유방암을 발견해 수술할 당시 림프에 전이가 되었다. 수술 후 언니는 유방암 3기로 판정받았다. 항암을 위해 케모 포토 삽입을 가슴에 했다.    


케모 포토 삽입은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을 하기 전에 가슴에 주사를 심는 것을 말한다. 독한 항암제를 맞으려면 혈관이 좋아야 한다. 항암을 할 때마다 좋은 혈관을 잡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혈관들도 자주 주사를 맞으면 도망간다. 주사 맞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하는 시술로 보면 간단하다.     


언니는 운이 없게 케모 시술한 곳에 염증이 생겼다. 염증 제거를 위한 치료로 매일매일 죽음의 고통을 맛보았다. 먼저 케모를 제거하고 그 안의 염증을 제거하기 위해서 두 분의 건강한 남자와 한 분의 의사가 들어온단다. 두 분의 남자분들은 언니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고 한 분은 염증을 제거했단다. 치료하는 과정 동안의 통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울면서 몸부림을 쳤단다.     

 

언니는 치료 시간이 되어 3분이 병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무섭고 두려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진저리를 쳤다. 항암 치료보다 케모 염증 치료가 훨씬 고통스럽고 힘들었다고 표현했다.     




항암 치료하는 도중에 언니가 겪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유방암 환자의 또 다른 문제는 항암치료 후에 오는 팔의 부종이다. 팔이 코끼리 팔처럼 부어 통증을 호소한다심한 사람은 팔과 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들은 압박 붕대로 팔을 감싸고 팔을 묶어 하늘로 향하게 놓는 경우가 많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환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온몸 구석구석 1초도 안 아픈 순간이 없다고 한다몸에 있는 눈썹코털 등 털이란 털이 모두 빠지는 것은 기본이다구토와 식욕부진은 물론 고통이 심한 환자는 바닥을 긁어 손톱이 빠지거나 부러진 환자들도 여럿 보았다. 긁지 않아도 손발톱은 까맣게 변한다몸이 약한 분들은 자연스럽게 손톱 발톱이 빠지기도 한다항암 도중 사망하는 환자들도 여러 명 보았다항암의 부작용은 사람마다 신체조건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든 치료가 끝나고 1년 이상이 지난 언니는 지난 3년간 죽는 게 나은 건지 이렇게 사는 게 나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에게 언니의 고통을 말씀해 보셨어요?”라고 물어보았다. 언니는,

“의사가 뭐라는 줄 아니?”라며 기가 막힌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뭐라는 데요?”라며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암 환자가 아픈 건 당연한 거지요살아 있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생각하세요암에 걸렸는데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셨어요?”라며 당연한 것 물어보냐는 투로 성의 없이 말했다며,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어요? 당신이 아파도 이렇게 말할까요아니면 당신 가족이라도 이렇게 말씀하시겠어요라고물어보지?”라며 나는 흥분하면서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만날지 모르는데 괜히 미운털 밝히면 어쩌니나도 하고 싶은 말은 많았어.”라며 팔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암 환자는 고통 없이 살 권리도 없는 걸까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감사해야 할까? 나도 가끔 의료진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라.”는 말을 듣는다. 그럴 때마다 웃으면서 “선생님은 내가 죽기를 바래요?”라며 받아치지만, 듣는 암 환자는 씁쓸하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암 환자들의 고통은 본인이 아니면 알 수 없다의료진과 가족주변 지인들은 개별적인 고통을 완화해 주기 위한 심리적 지지와 삶을 가치를 느끼도록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20231015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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