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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Oct 16. 2023

유방암 사례:가슴 절제vs.항암치료 꼭 해야하나?(2)

  

수술 후, 결과를 기다리며 회복하는 동안, 옆에 환우들의 입원과 퇴원이 잦았다. 항암치료를 위해 하룻밤만 자고 가는 환자나, 시술로 23일 정도 입원하는 환자 등 각자의 사정에 따라 5인실 병실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옆에 60대 후반 할머니 한 분이 입원하셨다. 키와 몸집은 작았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젊고 아름다우셨다. 부유한 가정의 할머니인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차림새와 언어 사용 능력과 품어져 나오는 이미지 모두가 나를 사로잡았다.

      



할머니는 바로 한 할머니와 인사를 했다. 나의 맞은편 창가에 계신 분이었다. 그분은 어제 입원하셔서 커튼을 치시고 밖으로 나오시질 않았다. 항암 치료하러 오신 분인데 고통이 심해서 조용히 쉬고 싶었다고 하셨다.      

내 옆에 오신 할머니는 그분에게,

“병실에 붙어 있는 이름 보고 알았어요. 몸은 어때요?”


우리가 죽어야 해결이 되지요. 매번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말씀하시면서도 반가워하셨다.

“나도 요즘 생각이 많아요.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건지? 뭐 좀 먹었어요?”라며 자신이 사 오신 떡을 내밀면서,


“항암치료 때문에 입원하면 아무것도 못 먹어서 사 오긴 했는데 이것도 맛이 없네. 좀 드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지금 뭐가 맛있겠어요? 살기 위해서 억지로 먹는 거지. 나도 몇 가지 사 왔는데 속도 거북하고 입 맛이 없어요.”라며 서로를 위로해 주시고 계셨다.     


마음이 찡했다. 수술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어지러운 거 빼고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옆에 언니와 웃고 떠들기 바빴는데 죄송하기까지 했다. ‘두 분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갑자기 모든 걱정이 밀려왔다.     



옆의 언니는 항암 치료하고 내일 바로 퇴원하신다고 했다. 


“언니! 수술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라고 묻자, 언니는

수술한 지 3년 넘었지?”라며 힘들다는 표정으로 웃으셨다.


“근데 왜 지금까지 항암을 하세요? 항암치료는 수술 후 8-12번 하면 끝나잖아요?” 항암치료는 수술 후나 재발이 되었을 때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궁금했다.


언니는 나를 보면서,

“새댁, 처음 수술 한 거야?”

“네”


“유방 절제했어?”

“아니요. 부분절제요.”라고 대답하자 웃으시면서,     


“잘했네. 절대로 절제하지 마. 3년 전에 유방암이 처음 왔을 때, 1기였어. 정말 작았지. 나도 그때 부분절제를 했었어야 했는데그러면 항암치료도 안 해도 되고. 의사 선생님이 완전히 절제하면 다시 유방암이 안 걸린다는 거야. 나이도 들고 유방암이 안 걸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완전히 절제했지.      


그리고 항암치료하고 방사선을 하는 도중에 남편이 암 판정을 받았지, 뭐야. 남편은 Y 병원이고 나는 여기잖아. 내가 경험자라고 처음 한동안은 방사선 하면서 남편을 따라다녔어그런데 갑자기 수술한 자리에 오톨도톨한 피부병 같은 뾰루지들이 올라오는 거야. 그래서 선생님께 보여드렸지. 선생님도 그냥 뾰루지일 거라며 걱정하지 않더라고. 그러면서도 혹시 모르니 조직검사를 해보자는 거야. 조직검사 결과 암이라는데 정말 황당했어     


근데 어째? 내 가슴이 없잖아! 수술하려고 해도 가슴이 있어야지그래서 그때부터 항암만 하는 거야.”라며 자포자기한 듯이 말씀하셨다.     


유방이 없으면 재발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앤젤리나 졸리”라는 여성도 유방을 제거했잖아요?”라고 물어보자,     

“다 거짓말이야. 유방이 있었으면 나도 수술만 했으면 간단했어난 죽을 때까지 항암치료만 하다 가야 한 데.”     


“그러면 오늘 누구랑 오셨어요항암 치료하시고 나면 어지럽고 힘드실 텐데요?”라며 내가 걱정스럽게 물어보았다.     


“이젠 만성이 되어서 괜찮아. 누가 매번 따라와. 각자 살아야지. 처음에는 자식들이 함께 왔었어. 지금은 말없이 나 혼자 왔다가 오면 잡혀서 항암하고 가올 때마다 다시는 항암 치료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의사 선생님이 해야 한다면 하게 되네죽는 줄 알면서도 말이야.      


새댁은 항암치료를 처음부터 하지 마. 내가 제일 후회하는 게 가슴 절제한 거고 항암치료 한 거야처음부터 안 했으면 그러려니 할 텐데, 한번 하면 끊을 수 없는 게 항암치료야.”라며 진심으로 말씀해 주셨다.    

 



많은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의학적으로 유방암 수술 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항암치료는 당연한 치료 과정이다. 가슴 절제 또한 재발 방지로 많은 의사가 유방암 환자들에게 권유한다. 나 또한 처음 간 S 병원에서 권유받았었다. 어떤 것이 옳은 판단이고 정답인지 모르겠다. 시간만 나면 항암 방사선 치료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던 나는 점점 항암치료를 하지 말아야 할 거 같다는 판단이 강해지고 있었다.  

   

20231015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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