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경 Nov 03. 2023

아버지의 암투병:항암치료 6개월vs.민간요법3년(1)

  

돌아오는 11월 4일, 돌아가신 아버지 제삿날이다. 10년 전 나를 살리시기 위해 돌아가신 아버지. 내가 만약 2년 먼저 암에 걸렸다면 아버지를 1년이라도 더 사시게 할 수 있었을까?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해 추석에 아버지 막냇동생에게 딱 1년만 더 살고 싶다고 하셨단다. 아버지는 담낭암으로 10년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나에게는 참 힘든 부모였지만, 사랑은 많으신 분이셨다. 9월 초에 쓴 가을 나그네 : 끝없는 부모의 사랑과 추억처럼 아버지는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하신 분이셨다. 살아계실 때, 딸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줄 수 있는 상처를 다 주셨다. 그게 가슴 아프셨는지 돌아가실 때, 모든 사랑을 한꺼번에 주시고 가셨다.     




13년 전, 알코올중독자로 사시던 아버지가 감기에 걸리셨다. 워낙 건강하신 분이라 병원 처방 약 한 번만 드시면 나으셨던 분이 감기로 몇 달씩 고생하셨다. 의사가 의심스러워서 피검사를 했다. “종양 표지자 검사”를 한 것 같다. 의사는 큰 병원 가볼 것을 권유했다.     




강남 S 병원에 아는 분이 있다며 외삼촌이 소개해 주셨다. 처음에는 위암인데 신약을 해보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다. 바로 검사로 들어갔다. 결과는 담낭암이 번져서 위암까지 된 것이다. 병원은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자녀들을 불렀다.   

   

4남매가 아버지 진찰 후, 담당 교수를 만나러 갔다. 의사는 너무 담담하게 우리 4남매를 세워놓고,     

아버님은 담낭암 말기라 치료 약은 항암밖에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입원하셔서 항암치료를 받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몸에 소름이 돋았고, 다리도 후들후들 떨렸다.


“항암치료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나요?”라고 물었다.

“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하면서 우리 4남매를 쳐다보았다. 언니 오빠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항암치료 하시면 얼마나 사시나요?”라고 물었다.

항암치료 하시면 길면 6개월이고, 항암치료 하시다 못 견디면 1개월 안에 돌아가실 수도 있지만, 지금은 항암치료가 최선입니다.”라며 의사답게 감정 없이 말했다. 나는,   

   

“그럼 안 해도 6개월은 사신다는 거네요. 그리고 하다 잘못되면 고통받다 한 달 안에도 잘못될 수 있는 거고요?”라며 확인하자, 의사의 태도는 변했다. 이마의 주름이 보일 정도로 인상을 쓰면서,

    

“그래도 지금은 항암치료가 최선입니다. 만약 아버님 치료를 포기하신다면, 여기 계신 4자녀는 살인자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큰언니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오빠와 작은 언니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성질 급한 나는, 

      

살인자요?”라고 반문했다.

“그럼, 살인자지요부모님 마지막 치료도 안 해주는 자식이 되면 안 되지요?”라며 다시 한번 우리에게 강하게 항암치료를 권유했다.    

  

4남매는 진료실을 나왔다. 어떻게 할 건지 오빠가 먼저 물었다.      

나는 “항암 반대야내가 아버지께 말씀드려 볼게”라고 말했다. 언니 오빠는 내가 뭐라 말할지 걱정했지만, 서로들 말하기를 겁내 했다. 나는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갔다.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웃는 모습으로 1층 로비에 앉아계신 아버지 옆에 앉았다. 아버지는,

“뭐라고 하던?”     

“아버지. 서운해하시지 마시고 들으세요.”라고 내가 말하자,


“왜? 뭐라는 데? 힘들다고 하지?”라며 내 얼굴을 보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항암치료 하래요. 아버지 생각은 어떠세요? 저는 반대예요”

난 항암치료 안 한다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데 그 고통을 알면서 왜 하니?”라며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맞아요. 의사 말이 항암치료 하면 6개월 정도 사실 수 있데요. 체력이 약하시면 하시다가 한 달 안에도 돌아가실 수 있고요. 그렇다면 할 이유가 없잖아요. 다 낫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하고 싶으신 거 있으시면 하세요뭐 하고 싶으셔요?”라고 내가 물었다.    

 

“내가 뭐 하고 싶겠니?”라며 슬픔을 참으셨지만, 마음속에 생각하신 것이 있었다. 아버지처럼 똑똑하신 분이 생각을 안 해 보셨을 리 없다. 느낌으로도 왔다.     

“아버지, 돈 남겨 놓고 돌아가셔도 엄마나 오빠가 감사하지 않아요. 쓰시고 싶은 거 쓰세요. 정 미안하면 5,000만 원만 마음껏 쓰시다 가세요.”라고 말했다.

      

나 요양병원에 가보고 싶어.”라고 말씀하셨다. 

“그럼 가세요. 돈 아끼지 마세요. 남은 사람은 다 살아요.”라고 말하자, 웃으시면서 일어나셨다.   

  



아버지는 항암치료 안 하시고 딱 3년 사시다 돌아가셨다. 노인은 젊은 사람처럼 암이 빨리 퍼지지 않는다. 건드리지 않고 민간요법으로만 치료하셨다. 오빠는 좋다는 약초 사다 아버지를 마지막까지 돌보았다. 아버지의 남아선호사상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2023110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이전 17화 유방암 사례:가슴 절제vs.항암치료 꼭 해야하나?(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