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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Apr 30. 2024

검사를 위한 개인병원 방문의 악몽:불친절과 불합리 1

 

2주 전 퇴원 후, 나는 집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지냈다. 하루라도 늦게 병원에 오기 위해 좋다는 약과 양질의 고기를 먹으며 외출도 자제하면서 오직 몸 관리에만 힘썼다.      


통증이 심한 어깨 때문에 오른팔을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허리로 인한 사타구니 통증이 왼쪽 다리를 휩쓸면서 절름발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길을 걷거나, 지인을 만나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점점 초라해지는 내 모습에 자존감까지 상실해 가고 있었다.     




이번 입원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골밀도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지금 입원한 병원은 한방병원이라 CT와 MRI 기계가 없었다. 오늘 근처 다른 정형외과로 소개받아 골밀도 검사와 MRI를 촬영하기 위해 갔다.     


처음 방문 한 나에게 증상을 물어보고 X-Ray 촬영을 권유했다. 나는 며칠 전, 입원할 때 찍어봤지만, X-Ray 상에서는 아무 이상 없으니 골밀도 검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X-Ray 검사가 있어야 다른 검사가 가능하다며 무조건 촬영을 강요해 어쩔 수 없이 X-Ray 실로 발길을 옮겼다.     


젊은 남성이 방사선을 촬영한다며 들어오라고 했다. 들어가자 누우라고 했다. 상판이 차가워서 눕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바닥이 너무 차갑네요!”라며 다른 방법이 없냐는 듯이 물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냥 하셔야 해요.”라며 단호하게 말하는 그 분의 말에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속으론 다른 병원처럼 서서 촬영하고 싶었지만그렇게까지 배려해 주지 않을 거 같아 포기했다.     


이쪽저쪽을 촬영하는 중에 왼쪽으로 누워 오른팔을 왼쪽으로 놓아야 하는 자세가 있었다. 젊은 방사선사는 아픈 오른팔을 사정없이 왼쪽으로 돌렸다. 놀란 나는 아픈 팔을 방사선사의 빠른 움직임에 통증을 호소했다.      

아파요그렇게 막 만지시면 안 돼요이쪽 팔이 아파요.”


어쩔 수 없어요그렇지 않으면 자세가 안 나와요저도 만지고 싶지 않아요. 다리는 오므리시고 배를 뒤로하세요. 말로 하니깐 자세가 안 나오잖아요안 만지고는 할 수가 없어요.”라며 내 몸 여기저기를 만졌다.     


만지는 걸 뭐라 하는 게 아니었다. 아픈 팔을 살살 해달라는 거였다. 기분이 상했지만 여기까지는 참았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사람의 고통을 어찌 알겠는가자식 같은 젊은이가 반복되는 일로 짜증 낼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만지고 싶어서 만지는 게 아니라는 둥자세가 나오질 않는다는 둥끊임없이 나에게 불만을 토하고 있었다. 자세를 잡고 방사선촬영을 위해 방사선실로 가면서도 촬영 후 다른 자세를 취하기 위해 나오면서도 잔소리는 끝이 없었다.     


처음의 불친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변명도 할 수 있고, 귀찮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 촬영하는 내내 계속되는 방사선사 잔소리는 끝내 나의 참을성을 극에 달하게 했다     


목구멍까지 “이 새끼가?”라는 말이 올라왔다. 그만 촬영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마지막 촬영이었다며 일어나라고 했다. 아픈 다리 때문에천천히 내려오는데 도와 줄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며 빨리 내려오라는 듯이 재촉했다. 기분이 안 좋았다.      




원장실에서 X-Ray 촬영 당시 불친절한 경험을 말하자원장은 나를 기분 나쁜 듯이 쳐다보았다. 이유도 묻지 않았다. 아픈 부위는 MRI를 촬영해야 한다며 척추와 허리 모두를 찍어보자고 했다. 나는 사타구니가 아픈데 왜 허리만 찍냐며 불만을 표현하자어쩔 수 없이 그 부분도 몇 카트 넣어 주었다.     


뭔가 좀 이상했지만, 한번은 해봐야 할 거 같아 검사하겠다고 했다. 나오면서 혹시 X-Ray 찍은 사람들이 불만하지 않았냐며 다시 한번 기분이 상한 걸 말하자, 그런 적 없다며 딱 잘라 말했다. 원장의 태도에서도 기가 막혔지만지금은 내가 약자라 참았다.     




그때 시간이 1시 20분이었다. MRI를 3시에 촬영한단다나는 아침 점심 모두 먹지 못했다. 입원한 병원 상담실장님께 전화해 사정을 말하니 깜짝 놀라며 병원에 와서 식사하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시간이 애매해 그냥 있겠다고 했다.     


MRI 직원도 불친절하긴 마찬가지였다. ‘아픈 내가 잘못이지내가 왜 여기 와서 이런 대우를 받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공짜로 치료받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참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나의 참을성이 폭팔 했다.     


내일 결과를 위해 예약하면서 병원비를 지불하러 업무과로 갔다. 금액이 730,000원이란다. 나는 당연히 CT 촬영비가 포힘된 줄 알았다. 원장님도 오늘 다 찍고 간다고 했고.      


업무과에서는 내일 CT를 찍을 거라며 비용이 10만 원이 추가된다고 했다. 기가 막혔지만, 알았다며 내일 몇 시에 오면 되는지 묻자, 10시 반에 오라고 했다. 계산하려고 핸드폰을 주려는데 업무과 직원의 말이      


원장님 치료는 1-2시간 대기할 수도 있어요.”


무슨 소리세요그러면 예약을 왜 하나요?”     


원장님은 원래 그래요.”라며 나에게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듯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기가 막히다 못해 화가 난 나는 결재도 안 하고 바로 입원한 병원 상담실장님께 전화했다.     


“실장님! 내일 10시 반 예약인데 와서 1-2시간 기다려야 한데요. 예약을 왜 하냐니깐 원장님은 원래 그런다네요. 아니 병원이 여기밖에 없어요왜 이 병원으로 오신 거예요?”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하자, 놀란 상담 선생님은     


“거기서 그렇게 말해요?”


“네. 지금 업무과에 병원비 내려는데 그러네요.”     


“얼른 계산하시고 그 병원에서 나오세요. 제가 모시러 갈게요.”     


“제가 걸어서 갈게요. 오실 필요 없어요. 근데 이렇게 불 친절한 곳에서 꼭 해야 하나요?”라며 불평하자,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셨다.

     



지금까지 수많은 병원에 다니면서 이렇게 불친절한 개인병원은 처음이었다종합병원도 여기처럼 환자에게 막 하는 병원은 없었다. 나는 나의 주치의에게 전화해서 오늘 상황을 이야기하며, 선생님에게만 불이익이 없다면 리뷰에 올리겠다고 했다.     


여태 리뷰는 좋은 것만 올렸는데 이번엔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올려야겠다고 하자, 병원끼리 연결되어 있어 참아달라고 했다. 내일 정말 가기 싫지만내일도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몇 시간 후에 예약 문자가 왔다. 예약 문자는 더욱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10시 30분과 10시 45분 2개의 예약이 되어 있었으며, 원장님도 다른 분들로 되어 있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이렇게 엉망인 병원에서 촬영한 게 후회가 되었지만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도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다.     




이번 경험을 통해 환자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환자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의료기관은 환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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