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다는 법
이태윈 1029 참사 희새자 159인을 애도함
:오늘 이태원 참사 1주기입니다. 절통하게 목숨을 잃은 젊은 그들과 함께 합니다. 저에게 다행스럽게도 젊은 그들을 애도하는 시가 한 편 있습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리본 다는 법 / 조정인
-이태원 10․29 참사 희생자 159인을 애도함
꽃도 신발도 엎어놓지 않잖아
수저나 주걱도 엎어서 놓지 않잖아
옷을 개서 엎어놓지 않잖아
슬프고 억울해 보이니까
그게 뭐든, 그것의 전면에는 얼굴이 있고
얼굴이 짓는 표정이 있기에
선물상자에 앉은 장식리본은 얼마나 명랑하게 해말갛게
당신과 눈을 맞추나
조문자의 가슴 검은 리본에 찍힌 이마 반듯한 근조(謹弔)가
영정 속 망자에게 목례를 건네잖아 손을 내밀잖아
눈을 맞추잖아
여기, 넘어지고 포개져 엎드려 숨을 거둔 159인이 남긴
얼룩들이 있어 산 자의 가슴에서 얼룩은 증식되는데
근조리본을 엎어서 다는 기이한 무리도 있었다지?
옛이야기가 아니야
어떤 얼룩은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져 짙어지고 깊어져서
검정이 돼, 검정 얼룩은 오래된 혈흔 같아 눈동자 같아
묵음의, 비명을 지르는 벌어진 입 같아
서로의 사라진 얼굴을 사라진 눈두덩을 더듬는 사라진 손들이
흘러내리는 밤, 사라진 누선(淚腺)으로 누가 울어 그 곁에 또 그 곁에
큰물처럼 울음소리 불어나 울음은 얼룩을 남기고 얼룩은 소리가 없네
_2023 여름 <작가들>
#이태원참사추모
#리본다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