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영어를 공부하는 큰 아이는 파닉스 교재를 5권까지 마쳤다. 몇 달 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5권을 마치는 것이 목표였는데 몇 달 일찍 목표달성을 하였으니 아이와 나 모두 꾸준히 열심히 노력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파닉스는 교재를 마친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니다. 일곱 살, 이제 여덟 살 된 아이에게 단어를 외워서 시험을 보는 것도 무리여서 기본 규칙을 웬만큼 이해한 것으로 파닉스 집중 공부는 마무리 지었다. 알파벳이 글씨로 대충이라도 눈에 들어오고 글씨로 써지면, 너의 목표는 이룬 것. 엄마는 그다음 교재로 라이팅, 영어 글쓰기를 선택하였다.
저학년, 유아용 영어 라이팅 교재는 글쓰기만 다루지 않는다. 어른이 생각하는 영어 에세이처럼 줄만 그어져 있는 흑백의 여백 많은 그런 교재들이 아니다. 단원별로 예쁜 그림으로 새 단어들이 사전처럼 나오고, 예문이 짧게 나와 읽기 교재도 되며 간단한 문법을 활용하는 패턴 영작으로 문법 공부도 할 수 있다. 마지막엔 마인드맵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한 문단 정도의 글을 써낼 수 있도록 교재가 참 잘 나온다. 내가 강사로 일 할 때도 교재들이 모두 참 좋았는데 그때 보다 종류도 다양해지고 퀄리티도 더 좋아진 것 같다. 출판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 해졌겠지만 말이다. 엄마표 영어 수업의 수업시간은 십분 내외이다 보니 가장 효과적으로 시간 활용을 할 수 있는 교재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예문을 읽고, 단어를 익히고, 자신의 문장을 쓴다.
간단한 교재이지만 꽤 중요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처음엔 Be동사로 시작하고, 가산 명사의 단수, 복수형과 불가산 명사의 종류와 단수 동사를 쓰는 것까지, 지금은 3인칭 단수 현재 시제의 동사 변화에 대해서 나오고 있는데 문법 용어로 늘어놓으니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의외로 아이는 그냥 하고 있다. 한 개와 여러 개를 구별하는 것, 사랑과 희망과 같은 한 개 사랑해, 두 개 희망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살아있는 닭은 치킨 한 마리 두 마리를 세지만, 닭이 죽어서 고기가 되면 셀 수가 없어져 치킨이 많고 적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였다. 아니, 이해가 아니고 그렇다니까 그렇다고 받아들였다. 아이의 문법 교육 시기와 방법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걸로 알고 있다. 초등 고학년이냐, 중학생이냐, 영어 원서 교재로 가르치냐, 한국식 교과서 문법으로 가르치냐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 정답은 정답은 없다 이지만 말이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영어를 일찍 시작하였지만, 생활보다는 공부로 받아들였고, 꾸준히 하지만 짧게 공부하고 끝내 주어야 한다. 글쓰기와 글씨 쓰기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라이팅 교재로 문법과 영작을 시작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실제로 여러 가지 단어를 주고 옳은 문장 만들어 내는 부분을 재미있어한다. 미로 찾기처럼, 뚫린 길을 찾아가는 느낌으로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를 확실히 해 두고 넘어가는 편이다. 비록 금세 까먹고 백지상태가 되기도 하지만 그건 반복 학습으로 채워 나가면 될 부분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라이팅 교재를 재밌는 책이라고 생각해준다는 것, 틀린 문장을 고치는 데 거부감이 없다는 것, 라이팅 교재로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부족할 수 있는 읽고 듣기 부분을 소리 내어 크게 읽기와 부족하지만 엄마의 목소리로 듣기로 조금은 채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미로 찾기처럼 좋아하는 문장 만들기.
나는 문법 공부가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시험을 떠나서 말이다. 물론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계속 틀리며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건 문법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패턴을, 새로운 어감을 써먹을 때, 틀릴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 문법은 필요 없으니 공부하지 않으면서 매일 쓰는 유형으로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틀리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는 다른 말이라 생각한다. 강사로 일 할 때에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문법 공부에 대해서 아이보다 더 먼저 거부감을 표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셨는데 원장님 밑에서 일하는 강사라 부모님의 의견에 공감을 먼저 표하는 상담을 하느라 지금 댁의 자제분께서 문법 공부를 꼭 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을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초등 고학년이라면, 그리고 영어 학원 교육비로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데 공부할 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대체적으로, 아이들은 원어민 강사와 소통하는데 큰 문제를 겪진 않지만, 그건 무슨 말을 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원어민 선생님의 역할이 큰 편이다. 한국인 선생님에게 배운 문법과 어휘를 활용하여 자신의 문장력을 말로, 글로 실제로 늘려 나가는 아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따로국밥처럼, 문법 따로, 어휘 따로, 리딩 따로, 듣기 따로, 스피킹 따로이다. 물론 틀려도 되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스피킹 영역이지만 제대로 된 문장력으로 실력을 늘려나가면 좋을 텐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머지 실력이 너무 그대로인 아이들이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서 쓰고는 그림까지 그렸다. 너무 귀여워서 깔깔 웃어버린 카카오 프렌즈그림들.
나는 우리 아이가 천천히 말하더라도,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스몰토크 말고 어떤 주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말로 글로, 제대로 설명하고 표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단어만 늘어놓지 않고 문장으로, 간단한 문장으로 시작해 살을 붙여 나가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조금 이를 수도 있지만, 영어 라이팅, 엄마표 10분 영어 수업에서 읽고 듣고 쓰기를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교재 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많은 아이들이 문법과 영작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기를 연습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 문법과 영작도 틀리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하다 보면 는다. 문법과 영작이 늘면 회화와 에세이가 훨씬 쉬워지고 고급스러워진다. 우리가, 우리 아이가 스몰토크 말고 고급진 영어회화를 하기를 바라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