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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Jan 08. 2023

종이 접는 아이.

꾸준한 연습이 주는 성취의 기쁨.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가 페이퍼 레인저를 접어 보겠다고 한다. 페이퍼레인저는 색종이 두 장으로 상체와 하체를 합체하여 접는 네모아저씨의 종이 로봇인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혼자 접기는 엄두도 못 내던 고난도의 종이 접기이다. 그간 미니카 합체로봇을 거의 마스터하였고 종이 팽이의 마스터십에 나오는 팽이도 몇 개 접을 줄 알게 되며 종이 접기에 더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아이는 종이접기 부심이 있다. 


 종이를 접으며 아이는 어? 어? 를 연발한다. 엄마, 지난번엔 어려웠는데 지금은 너무 쉬워, 이 함몰 접기 못 하던 건데 합체 로봇 접으면서 배워서 이제 혼자 접을 수 있어. 라며 쓱쓱 접어 내려가는 페이퍼레인저. 그래, 네가 그동안 버린 색종이가 몇 장인데 그 정도는 되어야지,라고 속으로 말하고 우와, 그동안 종이접기 엄청 많이 했더니 어려워서 못 접던 걸 접을 수 있게 되었네. 엄청나다!라고 겉으로 말했다.  


 꾸준함의 힘, 여기서 또 배운다. 아이는 종이 접기에 입문한 후부터는 거의 매일 색종이를 접었다. 색종이를 300장, 500장씩 구매해 놓아도 두 녀석이 함께 접어 대니 금방 없어진다. 접기도 하고 자르기도 하고, 종이 위에 글씨를 쓰기도 한다. 어느 날은 종이를 너무 낭비한다며 엄마의 잔소리가 폭탄처럼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각조각 떨어진 색종이를 치우며 잔소리를 해 대며 한 편으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내어 놓는 것보다 종이가 낫다고 생각한다. 로봇을 이마트에서 사달라고 조르는 것보다 종이로 접어 대는 것이 얼마나 더 고마운 일인지도 생각한다. 색종이를 꾸준히 접으며 손 힘도 기르고, 가위질도 늘고, 도형에 대한이해도 생기는 것 같고, 두뇌 발달에도 좋다 하니, 게다가 혼자서 시간도 잘 때우고, 색종이는 비싸지도 않으니 이 정도면 내가 종이 접는 아이에게 고마워해야 할 정도이다. 그까짓 청소. 그게 뭐라고.


드디어 성공!


 색종이로 가로 세로 대각선도 똑바로 접지 못하던 아이는 이제 어려워서 엄두도 못 내던 종이로봇까지 척척 접어낸다. 매일매일 접었고, 똑바로 접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연습을 했으며 뜻대로 되지 않아 울기도 하고, 엄마를 들들 볶아 대며 엄마는 되는데 왜 자기는 안 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아니, 내가 뭘 잘 못 한 거지?) 그래도 접더니, 천천히, 예쁘게, 꾹꾹 눌러가며 연습하더니 1년이 지나니 이렇게 솜씨가 좋아졌다. 종이를 잘 접게 된 것보다 뭐든지 연습하면 된다는 걸 배운 것 같아 기쁘다. 잘하고 싶으면 스스로 연습해야 한다는 것도 배운 것 같아 그것도 기특하다. 풍월을 읊는 서당강아지처럼 둘째도 그 옆에서 뭔가를 꼬깃꼬깃 연습하더니 어느새 미니카를 접어 가져 온 것도 너무 귀엽다. 지난번에 작은 이모가 형아 로봇을 멋진 액자로 꾸며주었는데 그것이 부러웠던 모양인지 꼬깃꼬깃 접은 미니카를 이모한테 “보여준다며” 이모집에 보내놓고는 “액자는 아직 못 한 모양이라고” 말해서 모두에게 웃음을 주고 미니카 액자를 얻어낸 녀석도 신통하다. 아무래도 형아보다는 종이접기를 못한다고 기가 죽어 보여 다섯 살인데, 아니 이제 여섯 살인데 이렇게 종이를 잘 접는다고 칭찬을 해주면 방긋 웃는다. 그러는 옆에서 형아는 그렇게 잘 접은 건 아니라고 퉁을 놓지만 그러면서도 형제는 나란히 앉아 종이를 접는다. 무뚝뚝한 형이라 뭐를 도워주고 봐주는 건 없지만, 그래도 동생은 옆에서 꿋꿋이 저 혼자 접으며 익힌다. 형아는 그저 존재로 배우기에, 놀기에 충분한 모양이다.       


둘째의 작품 뽐내기. 


https://brunch.co.kr/@niedlich-na/97


 작년에 페이퍼레인저를 내가 엄청 많이 접어 주었는데도 나는 접는 순서는 절대 외우지 못했다. 각은 아이보다 잘 맞추어 똑바르게 접지만, 외워지지 않는 접는 과정을 아이는 옆에서 보면서 외웠다.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는 손이 원망스러웠을 뿐. 오늘 아침, 한 번 페이퍼레인저를 성공하더니 이제는 유튜브를 보지도 않고 외워서 접는다. 이제 몇 개의 페이퍼레인저가 우리 집에 돌아다닐지. 몰래몰래 버리는 게 또 나의 일이 되겠지만,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한 아이를 칭찬한다. 연습하면 어렵던 것도 쉬워진다는 걸 배운 것이 스스로도 뿌듯한 모양이다.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단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색깔 있는 색을 선호하여 검은색이 많이 남는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검은색으로 멋진 로봇을 많이 접어 검은색이 가장 인기 있는 색이라 제일 빨리 떨어진다. 아이는 유치원에 가면 좋아하는 검은색 색종이가 많다고 좋아한다. 빨리 방학이 끝나고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검은색 색종이 접으러) 나는 사실 그게 젤 좋다. 방학이 곧 끝난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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