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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Jan 03. 2024

아이는 겨울방학, 엄마는 겨울특근

마의 구간을 무사히.

여행의 여독이 길었다. 각오는 했지만 예상보다 셌다. 꽉 채운 일주일간 매일 애들을 끌고 만 오천보 이상씩 걸었으며, 여행의 불확실성을 낭만으로 즐기기보단 긴장하며 보냈다. 분명 너무 재밌어서 피곤한 줄도 몰랐는데 일주일간 앞으로 한 달 치의 체력을 가불 해다 쓴 모양인지, 이틀을 내리 자고도 피곤하다. 그 몸을 이끌고, 애 둘을 데리고 출근을 했다.

일하는 곳이 영어 유치부이다 보니 키즈존이다. 애가 아프면, 방학을 하면 언제든 데리고 가는 곳. 그러면 다른 선생님들이 오며 가며 봐주시는 집 보다 좋은 곳이다.



방학은 길다. 그래서 큰아이는 같은 건물의 다른 학원을 추가 수강하였다. 긴 방학 반나절을 영어학원 교실 하나에서 보내게 할 순 없었다. 이번주까지 유치원이 방학인 둘째가 신경이 쓰였다. 추가 수강을 한 학원들에서 그냥 둘째도 보내라 하신다. 한 시간 동안 애 하나 본인 학원에서 놀리는 게 뭐 어렵냐는 원장님들, 감사하기 그지없다.

나는 쿠키를 들려 보내고 커피를 들려 보낸다. 학원이든 집이든 애들하고 부대껴서 이기려면 밀가루, 설탕, 카페인이 필요한 걸 잘 알기 때문에.

애 키우는데 마을 하나 필요하단 말은 너무도 맞는 말이다. 여러 사람이 한 손씩 보태어 우리 애들을 봐주시니 내가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키즈 프렌들리 한 키즈존에서 일을 하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모든 직장에서 이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이들에게 관대하고 한 손씩, 한 마디씩 보태어 돌봐 줄 수 있다면 출산율도 여성 취업률도 껑충 뛰지 않을까. 아빠따라 가도 봐 주는 사람 있고, 엄마따라 가도 봐 주는 사람 있는 곳은 그저 상상의 나라뿐일까.

학원비를 추가 지출하니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 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일 하는 엄마들은 서로서로 돕는다. 눈빛만 보아도 알아요. 며칠간 여라사람의 도움으로 두 아이가 모두 방학인 마의 구간을 무사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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