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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Feb 28. 2024

구내염이 닮았다.

너와 나. - 큰아이

너와 나는 참 닮았다.

내가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룰 때
너도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룬다.

너는 입 안이 헐었고, 아프타성 구내염?
나는 입술이 부르텄다. 헤르페스?

아마 이직, 늘어난 근무시간, 긴장, 적응, 퇴근 후 휘몰아치는 집안일, 혼자 조금 시간을 보내게 된 애들 걱정, 신학기를 앞둔 큰아이의 학교 걱정에 구상해야 하는 새 일들에 대한 생각이 셧 다운이 되질 않아서 그런데,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 줘를 몰아 본 것이 결정타를 날린 것 같다.

남편은 그 드라마가 그렇게 재밌냐 한다.
아줌마의 로망이라 답했더니
딱  들어도 막장인데 그런 걸 왜 보냐고,
그래서 아줌마라 그런가 보다 했다.

여하튼, 다시
너와 나는 참 비슷하다.
내가 맛있는 건 너도 맛있고,
내가 안 먹는 건 너도 안 먹는다
혀도 똑같은가 보다.
치킨 껍데기와 족발의 비계만 골라 먹는 식성도, 그러면서도 날씬한 몸매도.

며칠 말없이 각자 잠 못 이루다 보면
어느 날 동시에 일찍 곯아떨어지는 것도 똑같다. 같은 날 일찍 잠든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느라 잠을 못 이루니.
별로 좋은 게 아닌데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하다.

오늘도 말없이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그런 너를 보고 나는 거실로 나와 너의 아기 시절을 돌아본다.

나는 삭았고, 너는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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