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멋쟁이 한제 Apr 13. 2024

굳이 수제 돈가스를

특별함과 흔함 사이

오랜만에 집에서 돈가스를 재었다. 돈가스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가루 날림에 기름질을 감내해야 하니 좀 귀찮은 일이긴 하다. 게다가 요즘엔 냉동식품으로 간편하고 훌륭하고 맛도 좋게 나오니 굳이 내가 만들어 먹을 일을 만들진 않았는데,


아이들 간식해 준다고 식빵 테두리를 몽땅 잘라내어 얼려두었더니 그것이 소진할 데가 마땅치가 않아 돈가스를 생각해 낸 것이다. 빵 테두리를 달달 갈아 빵가루로 만들고 오랜만에 당일도축하여 판매하는 인터넷 고기 쇼핑몰에 접속해서 주문한 돈가스용 안심 1킬로로 주말 푸닥거리를 시작했다. 다른 곳보다 고깃값이 저렴한데 신선하고 육질도 좋아서 종종 인터넷 주문을 한다. 배송되어 오는 스티로폼 용기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한다.


튀김옷은 밀, 계, 빵만이 진리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밀가루에 물과 우유와 계란을 넣고 반죽을 하여 반죽물에 밑간을 할 겸 튀김옷을 입힐 겸 재워두었다가 빵가루만 입히는 레시피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해 보았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요리를 자주 보여준다. 튀김가루 한 컵, 물과 우유 섞어서 적당히, 계란 두 알에 소금 후추 간 마늘을 넣고 반죽물을 만들어 안심 고기를 재워두었다. 그리고 식빵 테두리로 만든 빵가루를 입히니 냄새만으로 벌써 고소하고 맛있다.


일식 돈가스처럼 두툼한 안심 가스, 히레카츠라고 해야 하나, 이것을 큰 접시에 담고 파스타와 밥으로 탄수화물을 채워 준 뒤 토마토와 당근샐러드로 장식을 조금 해 주니 근사한 한 끼 완성이다. 안심 1킬로에 만 이천 원 정도 들었고 이렇게 두툼하고 실한 돈가스 아홉 장이 나왔으니 나의 수고로움만 감안한다면 가성비가 차고 넘치는 한 끼라고 할 수 있겠다.


나 어릴 적엔, (이란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그때만 해도 돈가스가 귀한 음식이라 집에서 어쩌다가 엄마가 해 주거나 경양식집에 외식이나 가야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엔 특히 아이 키우는 집에선 가장 만만하고 흔하게 먹는 음식 중에 하나가 돈가스이다. 오죽하면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을 때, 뭐 먹을까 하는 말에 모두가 돈가스랑 우동 빼고,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흔하게 먹고 자라는 아이들이 잠시 부럽다가, 이게 과연 좋은 것인가 생각해 본다. 소위 말하는 결핍이 결핍인 시대를 사는 아이들, 먹을거리에 있어서 특히 더 그런 부분이 있어 과잉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분명 내가 오늘 굳이 정성 들여 만든 이 돈가스는 특별하게 손에 꼽는 특식인데 흔하디 흔한 돈가스에 퉁쳐져 아이들의 기억에, 마음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다소 억울하기도 한 기분이다.


엄마가 만든 이 돈가스는 정말로 엄청나게, 스페셜하게 특별한거라고, 아이들에게 구구절절 말하려다 글로 남겨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간식 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