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도 파도풀의 맨 끝에서 참방거리는 하얀 물거품만으로 깔깔거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덧 자라고 자라 파도풀 1.6m 수심까지 둥둥거리고 떠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파도를 기다리는 심정이라니, 감개가 무량하다. 나도 소싯적엔 파도 꽤나 타던 여자였는데 임신, 출산, 육아로 저 멀리 떠내려갔다가 다시 복귀한 기분이랄까.
파도풀에서는 일단 손으로 코를 막은 뒤돌아서서 파도가 올 때에 맞추어 점프를 해야 물을 먹지 않고 몸이 아프지 않게 파도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오랜만에 파도풀에 들어가니 그 진리를 깜빡 잊고 말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있어 더 잊은 것 같다. 내 한 몸만 챙겨도 모자랄 판에 애를 데리고 들어가다니.
파도가 오는 신호가 들리자 아이에게 단속을 하였다. 코 막아! 뒤돌아! 뛰어! 그러는 동안 정작 나는 파도를 정면으로 맞고 말았다. 코도 못 막았고 뒤도 못 돌았고 점프도 못했다. 결과는 엄청난 물살에 모자가 날아갔고, 머리는 파도를 때려 맞아 지끈거렸으며, 물 먹은 코는 맹맹, 사래가 들려 숨이 넘어가게 수분 간 기침을 한 후 멍하니 정신이 돌아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신랑은 안경이 날아가서 황망한 표정을 하고는 서 있었다. 애 하나씩 손잡고 파도풀에 들어간 부부가 나란히 비슷한 꼴을 당한 것이다.
다행히 날아간 안경은 부서지지 않고 누군가 고이 주워 난간에 올려두어 금세 찾을 수 있었다. 한번 파도 맛을 본 아이들이 계속 깊이 들어가 파도를 맞고 싶어 한다.
이번에는 애들 말고 나를 챙겼다. 일단 손 놓고, 각자 코 막고, 뒤 돌아 각자 눈치껏 점프를 했다. 이러니 좀 낫다. 아이들은 역시 걱정보다 잘한다. 금방 배우고 물 좀 먹어도 어른인 나 보다 회복이 빠르다. 몸의 탄성도 더 좋아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 같아도 중심 잡고 일어난다. 잡아주려다가 삐끗 하는 건 역시 내 허리인 것을.
그래, 파도를 맞는 자세를 배웠다. 알려만 주면, 일일이 손 잡아주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인생을 사는 모습도 이러할지 모르겠다. 일일이 손 잡아 주지 않아도 애들은 잘 배운다. 나를 잊고서 애들 쫓아다니다가는 어쩌면 제풀에 나만 삐끗할지 모른다. 파도는 각자 맞는 것. 애들 몫은 애들에게 맡기고 내 몫을 잊지 말아야 할 것.
이번 워터파크의 교훈이다.
이곳 김해 워터파크는 실내에 키즈풀과 파도풀이 아이들 놀기에 제일 좋다. 유수풀의 수심과 유속도 가장 적당하다. 아이들이 놀기 좋으니 부모도 조금 편하지만 그래도 일곱 시간을 물놀이를 하니 너무 힘들다.
워터파크는 출산 전에는 힘들지만 너무 재미있는 곳이었는데, 이젠 재밌지만 너무 힘든 곳이 되었다. 여섯 시에 폐장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