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모든 사람들이 리더가 되고 싶을까?
모든 사람들이 리더가 되어야 할까?
경력이 쌓이면 자동으로 리더가 되는 걸까?
리더가 되지 못하면 실패한 경력일까?
우리는 모두 살아온 과정과 훈련된 뇌의 성질이 다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에서도, 지금 회사에서도 CEO를 비롯하여 각 조직의 우두머리(Chief, boss, leader, head 등) 들에게 종종 듣던 말이 있다.
"여러분 모두 주도적인 사람이 됩시다."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주도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경력이 쌓인 지금의 나는, 이 말들을 굉장히 싫어한다.
인격의 다양성, 살아온 과정과 그 속에서 훈련된 뇌의 근육, 협업의 본질 등을 모두 무시한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의 삶에 대한 주도성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회사에서 듣는 저 말에는 '당신의 직무와 맡은 일에 주도성을 발휘해라.'라는 목적(문맥, context)을 담고 있다.
나는 협업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추진력'과 '실행력'을 모두 가지고 있기가 매우 힘들다. 주도적인 사람의 '추진력'은 반드시 '실행력'이 좋은 사람과 함께 해야 시너지가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회사에서 조직을 이루고 협업을 한다.
나는 추진력이 있으며 실행력이 좋은 사람들을 뭉쳐 과정을 리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결코 실행력이 좋은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물론, 주도력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벼볼 만하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협업한다.
우두머리의 메시지에는 힘이 있다. 반작용의 힘
몇 년 전이었다.
회사의 우두머리에게서 같은 말을 또 들었다. 걱정이 되었다. 우리 회사에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리고 그 말과는 다른 성격의 소유자도 많은데. 저 말에 겁을 먹지는 않을까.
올 것이 왔다.
"꽃철님, 저는 절대 주도적인 사람이 아닌데요.. 제가 이 회사의 인재상과는 거리가 먼 것일까요? 도움이 될 수 없는 사람일까요?"
이 사람은 팀에 반드시 필요한, 계획된 바를 침착하고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누구보다 실행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몇십 분 후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설명(또는 설득?)을 듣고는 기분 좋게 돌아갔다.
가끔 본인의 메시지의 힘이 얼마나 큰지 모르고 마구 뱉어내는 우두머리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공식적인 메시지는 신중하고 또 신중하자.
모두가 리더가 될 수는 없다.
기술적인, 기능적인 경력이 쌓이면 리더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리더는 매니징의 영역이다. 관리의 영역이다. 축구를 잘했던 선수가 감독이 될 유리한 조건을 가질 수 있겠지만 감독을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 당장 축구를 잘 해내면서 동시에 감독이 될 자질도 준비해라.'는 너무 가혹하다.
한국의 축구 영웅인 박지성은 본인을 잘 알았다. 축구는 잘했지만 그렇다고 감독을 잘할 수 있는 성격과 역량이 자신에게 없다고 판단하고 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다.
모든 우두머리들이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리더라고 우쭐하지 말자. 우리는 리더의 캐릭터로 길러졌을 뿐이라는 걸
매니징의 영역과 스킬의 영역은 분명 다르다는 걸
모두가 리더가 되는 세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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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누가 키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