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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Jun 09. 2022

사랑이 깊어진 연인들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사랑이 깊어진 연인들은

밤늦은 시간에 나와

조용한 이면도로를 걷습니다

거리를 정하지 않았기에

맨발에 슬리퍼에

손은 맞잡은 채로

어제 비가 와서 

땅은 다행히 적당히 건조합니다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발을 끈 건지 집 앞에서 머뭇거린 건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연인들은 손을 잡고 한 발자국 떼기 어려운 세상에서

오롯이 단 둘만의 세계에 빠진 듯합니다

창문 틈 사이로 들려오는 작은 말소리, 그보다

거슬리는 발 끄는 소리에 사랑이 느껴집니다

곧이어 오토바이의 굉음이 

로맨틱한 공간의 정적을 깨버립니다

이른 아침에는 비행기가, 늦은 밤에는 오토바이가

밤과 낮 사이 

도시의 남녀는

그렇게 큰 굉음 속에서도

사랑의 시공간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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