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사랑이 깊어진 연인들은
밤늦은 시간에 나와
조용한 이면도로를 걷습니다
거리를 정하지 않았기에
맨발에 슬리퍼에
손은 맞잡은 채로
어제 비가 와서
땅은 다행히 적당히 건조합니다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발을 끈 건지 집 앞에서 머뭇거린 건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연인들은 손을 잡고 한 발자국 떼기 어려운 세상에서
오롯이 단 둘만의 세계에 빠진 듯합니다
창문 틈 사이로 들려오는 작은 말소리, 그보다
거슬리는 발 끄는 소리에 사랑이 느껴집니다
곧이어 오토바이의 굉음이
로맨틱한 공간의 정적을 깨버립니다
이른 아침에는 비행기가, 늦은 밤에는 오토바이가
밤과 낮 사이
도시의 남녀는
그렇게 큰 굉음 속에서도
사랑의 시공간을 만들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