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할미꽃

by 순례자

할미꽃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발밑에 가여운 꽃 할미꽃

새하얀 고개 푹 숙이고

울음 삼키듯 땅바닥에 엎드려 있네

잡초 대하듯 가볍게 지나쳤는데

몇 걸음 못지나 다시 생각나서

돌아보는 꽃 할미꽃


이른 아침 출근길 배롱나무 붉은 꽃그늘

후미진 곳에 저 만치 떨어져

하얀 머리 풀어 헤치고

가만히 고개 숙인 할미꽃


살다 보면 눈물 날 일 많지만

너를 보는 것은 나 혼자만의 그리움

네가 떠난 자리에 나 홀로 서서

조용히 네 이름을 부르면

할미꽃 너는 한 송이 꽃이 되어

가슴 저리게 환하게 피어난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1화벚꽃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