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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핸드폰
공항버스를 예약하고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섰다. 공항버스를 타고 타이베이 국제공항에 도착, 체크인까지 마치고 면세점 구경을 하다가 핸드폰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손으로 바지 주머니 속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나타나지 않는 핸드폰. 갑작스레 불안함이 엄습. 인포 센터의 도움으로 핸드폰을 두고 내린 버스는 확인했지만 되찾기는 불가능, 유일한 방법은 다시 대만으로 오는 것이다. 나보다 더 아쉬운 표정으로 해당 버스 업체의 연락처를 알려주던 직원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버스, 지하철, 핸드폰이 없으니 마땅히 시선을 둘 곳이 없다. 읽을 만한 걸 가지고 다니자니 그것도 귀찮고... 여기저기 도배된 광고 문구를 읽거나 옆 사람이 시청하는 야구 중계를 본의 아니게 훔쳐보는 것이 전부가 되었다. 불편함도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났다. 아이디어도 떠올리고 아무 생각 없이 멍도 때리고, 무엇보다 두 손이 자유로워지니 두 팔을 쭉쭉 뻗어 스트레칭도 할 수 있어 좋아. 잃어버린 핸드폰 덕분에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다. 덕분에 새 폰도 장만했다. 덕분에 타이베이로 다시 가야 할 이유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