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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Dec 19. 2023

부동산에 관한 조언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나는 부동산에 관한 의사 결정에 영향이 될만한 말을 상당히 조심한다.

일종의 공포랄까.


그래서, 어디에 사야 해요? 부터

내집마련을 할까요? 투자를 할까요?

이거 사도 괜찮을까요?

이거 팔아도 괜찮을까요?까지. 다양하고도 진지한 질문을 받아 왔다.


그 사람의 상황에 이입해서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요'라는 한정적인 대답을 할 뿐이다.




누군가는 이런 대답을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이게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성향과 상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결과값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조언에 따라 행동한 사람이 져야 한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고려해 의견을 낼 수 없고,

내가 책임져 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내 의견이 틀린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조심성을 장착하게 해준 몇 가지 경험들이 있다.

경거망동 스토리.

그 중 한 가지는 부모님의 실거주 집과 관련된 것이다.


지난 상승장 초입, 나는 갈아타기를 위해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갈아타기 하기 좋은 집을 발견하고 (빨강->파랑)

갈아타기 하시기를 강력히 권유했다.


빨강: 부모님 집, 파랑: 갈아타기를 권유한 집


부모님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셨다.

(니가 뭘 알아?라고 생각하셨겠지ㅠ)




그 후로 몇 년간 상승장이 무르익어 갔지만, 부모님 집은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당시 나는 투자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딱히 물어볼 곳이 없던 부모님은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너 요즘 열심히 살더라?ㅎㅎ)


집을 팔아도 되겠느냐고.


나는 적극 찬성했다.

'거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확신을 얻고 싶어 선생님께도 물어봤는데, 선생님도 아니라고 답해주셨다. 야호.


부모님은 이번에는 내 말을 들어주셨다.

집을 팔았다.




그런데, 집을 팔자 마자 가격이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덜 오른 곳을 찾아야했다.

내 말을 듣고 집을 판 부모님을 벼락 거지로 만들 수는 없었다.


열심히 찾았고,

지역은 더 좋은데 아직 기회가 남아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빨강: 부모님 집, 파랑: 새로 찾아낸 집



그렇게 (다소 순서가 뒤엉킨)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결론적으로, 부모님은 저 집을 사지는 못했다.

(결국 또 다른 옵션을 선택..)






단 몇 개월이었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다.

아마 나에게 조언해준 선생님은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수많은 좋은 지역의 아파트들을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러니까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하셨을 것.


하지만 나는 몰랐다. 알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집 값이 엄청나게 올라버렸다.


조언을 구하는 사람과 조언을 하는 사람의 거리는 무척 멀다.

그리고 그 거리를 서로보기 힘들다.



+ 부동산 뿐 아니라 다른 재테크와 컨설팅, 코칭을 모두 조심해야 한다.​
+ 넘치는 패기로 저지른 벨거망동이 더 있다. 항상 조심하자.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


▼ 이런 부모님의 집이기에 더욱 간절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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