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골목 끝에 있던 기다란 철문.
내 키의 두 배가 훌쩍 넘는 남색 철문을 열면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열 두개 오르고 나면, 세 개의 문이 나온다.
갈색의 알루미늄으로 둘러싸인 현관문의 가운데에는 뿌연 유리가 박혀 있다.
나란히 놓여 있던 세 개의 문. 세들어 살고 있는 단칸방의 현관문이다.
왼쪽으로 돌아 첫 번째 문을 연다. 엄마가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주방을 지나 문을 하나 더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방이 있다.
우리 세 식구가 사는 보금자리다.
커다란 갈색 장농과 작은 TV. 아빠의 286 컴퓨터가 나란히 놓여있다.
별로 치울 것도 없는 크기의 집을 엄마는 매일 광이 나도록 쓸고 닦았다.
나는 동네를 신나게 뛰어 다니며 놀다가, 엄마 아빠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셋이 함께 산책을 나갔다.
집에 돌아와서는 일찍 자기도 하고, 함께 TV를 보기도 했다.
커다란 개미가 나오는 영화를 TV로 보고, 밤새 개미에게 시달린 기억이 난다.
따뜻했다.
방이 딱 하나였기에, 언제 깨더라도 엄마 아빠가 곁에 있었다.
그 후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긴 했지만,
낡은 아파트로, 다시 빌라로.
내가 기억하는 이사만 족히 열 번이 넘었다.
자녀들이 출가하기에 충분한 나이가 되고 나서야
부모님은 처음으로 지하주차장이 연결된 외곽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한 빌라촌을 임장하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쓸고 닦아도 빛이 나지 않는 그 집을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열심히 청소했을까.
고쳐도 고쳐도 또 고장나는 집의 구석구석을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고쳤을까.
내가 다 크고 나서야 그럴듯한 집에 살게 되었다.
엄마 아빠가 평생 고생한 결과물.
어느 구석 하나 부모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내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부모님이 평생 이뤄오신 시간에 대한 경의와
부족하게 살았다며 불평하던 시간들에 대한 미안함이 뒤엉킨 그 무엇이었겠지.
감사합니다.
어릴 때를 떠올리면 더 큰 성공을 하고 싶어진다는 그런 결말이 어울릴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지금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투자의 여정이 결핍으로부터 시작된 건 맞을지 모르지만,
이미 마이너스를 채우고도 넘칠 만큼의 것들을 얻었다.
+ 오늘은 엄마한테 좀 더 다정하게 대해야겠다.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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