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주살이, 적응 좀 했어?

적응이 늦은 건 예상외로 나였다.

by 샤인포레스트

2월 말에 제주로 이사를 하고 난 한달쯤 뒤, 지인들과 안부를 물을 때 마치 밥먹었어? 처럼 흔한 인삿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


“그래서, 이제 적응 좀 되었어?“


차마 아니 라는 말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가고 싶어서 큰 결심을 하고 가놓고는 아니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자존심의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아니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대답을 했다.


“적응해 가고 있는 중이지~~. 이제 곧 적응되겠지.”


사실 어딜가나 나는 적응해 낼 자신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나라는 사람이 고난을 마주하고 그것을 버텨나갈 수 있을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기에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나는 헤쳐나가는 사람이지 도망가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뭔가 좀 달랐다. 다짐을 하고 확언을 해도 그 높은 주파수의 에너지가 불씨에 물을 들이붓듯 너무나 쉽게 사그라들었다. 그리하여 다시 긍정의 에너지를 채워넣고 성장하고자 애를 써도 나는밤마다 또 무너졌다.


하지만 정말 감사한 것은 아이들의 적응이었다. 첫째 아이는 원래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었다. 놀이터에도 누군가 있으면 가지 않으려던 아이었다. 친척과도 오랜만에 보면 인사조차 하기 힘들어하던 아이었다. 6살, 7살이 되면서 점점 아이가 스스로 낯선 환경에의 마음 장벽을 넘어서는 힘을 기르게 되면서 감사하게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서 아이가 시간이 좀 걸려도 결국엔 잘 적응할 것이란 신념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본인 인생의 첫 이사였고, 첫 학교였고, 따로 살던 아빠와 처음으로 함께 살게 되는 큰 변화였기에 긴장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는 학교를, 친구를, 선생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가방을 메고 교실을 향해 뛰어가는 뒷모습에서 설레임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안도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5살이 된 둘째 아이는 자신의 새로운 유치원을 받아들이는데 형아보다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충분히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문제는 나 그리고 남편이었다.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생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어른들은 훨씬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세팅해 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환경보다 새로운 가족관계의 시작과 직업적인 문제가 우리의 적응을 더디게 만들었다. 예상보다 생각보다 기대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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